신상품 보호제도 1호 ETF에 주목…"기준 가늠할 수 있을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박경은 기자 = 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 베끼기를 방지하고자 다음 달부터 정성평가 기준을 적용한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을 시행한다.

거래소는 업계 의견 수렴을 여러 차례 거쳐 이와 관련한 판단 기준을 수정해왔으나, 업계는 판별 방식이 정성평가라는 점에 주목해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상품 독창성을 해석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해 실제 제도 적용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시행되는 신상품 보호제도에서 어떤 상품이 '1호' 타이틀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내달 1일부터 'ETP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을 도입한다. 업계 의견을 취합한 뒤 상장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이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ETP 신상품 보호제도란 독창성 있는 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보호하고자 관련 유사 상품 상장을 6개월간 제한하는 제도다. 발행사가 신상품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신청하면, 거래소가 관련 요건을 검토해 신상품 지정 여부를 판단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이미 상장돼 있던 상품의 기초지수 구성 종목상 중복 비율이 일정 수준 미만을 달성하면 신상품으로 인정돼 왔다. 하지만 중복 비율의 경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이를 적용하기 쉽지만은 않았다.

그 문제를 해소하고자 이번 개선안에서는 기존 정량 기준을 정성 평가로 바꿨다. 독창성, 창의성, 기여도 등 항목별로 나눠 상품을 평가하고, 평가의 객관성을 갖추고자 별도 ETP 신상품 심의회를 도입한다.

신설 ETP 신상품 심의회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지 않고, 한국거래소 내 ETP 사업을 주도하는 증권상품시장부와 인덱스사업부 소속 인원으로 구성된다.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전 심의 단계에서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외부 인사에 공유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모습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ETF 시장 경쟁 과열로 만연해진 'ETF 베끼기'를 근절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대표적인 예가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ETF다. 신한자산운용은 작년 4월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이 큰 인기를 끌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이후 2차전지 관련 소부장 ETF를 선보였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 ETF 순자산은 6천285억 원으로 신한운용의 소부장 ETF 순자산(1천827억 원)을 제쳤다.

이외에도 월배당 상품인 미국배당다우존스 ETF 등이 각 운용사에서 대거 쏟아지는 등 유사 상품 출시 행렬은 이어졌다.

신상품 보호제도 개선안 도입으로 각 운용사의 'ETF 엣지'를 살릴 수 있다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으나, 실효성을 두고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항목별로 평가한다고는 하나, 결국 정성 평가인 만큼 독창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나왔던 ETF를 국내에 가장 먼저 들였다는 이유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독창성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과거 사례로 미루어봤을 때 독창성을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금융투자협회는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해 발행사의 상품을 보장해왔다. 기존 상품을 단순 결합했다거나,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을 간단하게 구현하는 등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 해 상품의 배타성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작 인정된 사례는 몇 없었다. 특히 ETF는 손에 꼽을 정도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정량적으로는 어려우니 정성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건데, 정성이란 말을 달리 표현하면 자기 마음대로라는 것"이라면서 "거래소에 왜 그런 칼자루를 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신상품 1호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신상품 보호제도의 경우 진짜 혁신 상품이 무엇인지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워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운용사들이 (신상품 보호제도에) 많이 도전할 수도 있다. 1호가 되면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선점 효과 역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1호 혁신 상품이 그 기준을 만들 것 같다. 그게 한 번 나타나야 어떻게 독창성을 인정받는 지 운용사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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