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정부 정책 기조에 국내증시 흐름이 재차 바뀌면서, 연기금에서도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뒤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만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자, 일부 연기금에서 국내주식 수익률이 벤치마크(BM)를 하회하는 '언더퍼폼'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직접 운용하는 국내주식뿐만 아니라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에서도 저(低)PBR주를 더 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시장에 정착될 정책인지 총선용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연기금업계에서 저PBR 주식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건 정부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다.

한국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는 방안 등이 예고되면서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수급이 몰리고 있다.

그렇다 보니 기존 시장 전망대로 반도체 등 기술주나 성장주에 상대적으로 비중을 많이 뒀던 일부 연기금에서는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이 부진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 연기금에서는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설정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유망한 섹터 비중은 높이는 식으로 국내주식을 운용하곤 한다.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코스피200을 얼마나 이기느냐가 국내주식 운용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증시는 금리 인하 기대와 인공지능(AI)이 상품으로 구현된 온 디바이스 AI 출시 등의 영향으로 높은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가진 기술주와 성장주를 중심으로 올랐다.

하지만 저PBR주로 수급이 옮겨가면서 흐름이 반전됐다. 전일 카카오뱅크(-1.65%), SK하이닉스(-1.35%), HMM(-1.35%), 삼성바이오로직스(-1.31%), 하이브(-1.24%) 등이 하락했다.

반면 보험(8.26%), 증권(5.69%), 금융업(5.39%) 등 전통적으로 PBR이 낮은 종목들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는 1.82%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한 연기금 위탁운용사 대표는 "연기금 가치주 펀드는 오히려 아웃퍼폼하고 있을 것이고, 성장주 펀드들이 벤치마크 대비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도 '총선용'으로 언급되는 일시적인 이벤트일 수 있다는 걱정으로 쉽사리 포트폴리오를 바꾸진 못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다른 연기금 CIO는 "근본적인 변화일지 일시적인 변화인지 가늠 중"이라며 "연기금은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꾸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확실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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