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한국 금융시장은 지난 30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JP모건, 동방페레그린증권을 거쳐 미국 3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까지, 글로벌 투자은행(IB) 내에서 한국증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그 애정만큼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야전사령관'이 재차 깨어났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직에 오른 직후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대대적으로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KB금융 등 국내 굴지 상장기업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그들이 '싫어할 만한' 발언을 스스럼없이 이어갔다. 보유한 현금 절반 이상을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사용하라는 게 주요 골자다.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금융권 생활을 시작한 이 회장은 젊은 애널리스트 시절부터 기업들을 분석할 때 '경영진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 말로 하면 '거버넌스(지배구조)'다
국내기업이 만드는 제품은 이미 '세계 최고'가 됐는데 금융시장 내 존재감은 왜 제자리걸음일까.

일례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이 27조원으로 '만년 1위' 삼성전자를 제쳤지만, MSCI 세계 10대 자동차·부품회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대만 TSMC는 MSCI 세계 10대 우량기업 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삼성전자는 없다.

이 회장이 하는 쓴소리는 마냥 잔소리로만 치부하기엔 뼈가 있다.

지난 1997년 초 이남우 회장은 홍콩페레그린증권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한 보고서 한편을 발표했다. 거품이 빠지면서 자산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내 민간연구소와 관변 연구단체는 한국경제를 여전히 장밋빛으로 그리던 때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예측한 몇 안 되는 보고서를 써낸 이 회장은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삼성증권 초대 리서치센터장을 맡으며 '스타 센터장' 반열에 올랐다. 4년간 유지한 센터장 명함을 뒤로 하고 싱가포르로 건너가 헤지펀드를 설립해 3년간 운용하며, 글로벌 시장을 직접 경험했다.

이후 메릴린치 서울지점 공동대표, 토러스투자증권 영업총괄대표, 노무라증권 아시아고객관리 총괄대표 등 외국계 증권사에 주로 몸담으며 글로벌 시각으로 바라본 국내시장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본에 투자한 지 30년 된 미국 자산운용사 사장이 말하길 일본과 한국의 거버넌스 격차는 10년 정도 된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노력을 많이 했다. 금융당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한국 자본시장 변화를 위해 전방에 나선 그를 지원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의 성과에 대해 굉장히 열광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에게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촉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 변화의 매력을 일본이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 신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5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센터에서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2.5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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