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시장은 입춘이 지나도 추운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 가격은 되살아날 기미를 잠시 보였다. 7월부터 5개월간 서울,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전월 대비 반등이 나타났다. 이 기간의 상승으로 그 전의 낙폭을 만회하는 듯했다. 하지만 12월 들어 반락한 전국 아파트 가격이 최근까지 11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매수자는 계속 관망하면서 간혹 저가 매물 위주로 문의하지만, 매물가격이 내려가고 있으니 급할 이유가 없다.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다.


22년 12월부터 월별 한국부동산원 종합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결과적으로 고금리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이 급증한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담보권 실행 경매개시 신청 건수는 총 5천여건으로 전월대비 31% 늘어났다. 2013년 1월의 5천400여건 이후 월간 기준 최다다. 관련 업계는 이를 두고 코로나 전후로 아파트 등을 산 대출 영끌족이 버티지 못하는 신호로 읽고 있다. 한국개발원에 따르면 청년층은 기준금리가 1%P 인상될 때 소득의 3.3%를 원리금 상환에 지출했지만, 60대 이상은 1.2%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중장년층보다 소득도 적고 자산 형성이 부족하다 보니 금리 인상 충격에 대응이 더 어려운 셈이다.


23년 9월부터 달러-원 환율 추이

 


다행인 점은 연초 태영 사태가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정리에 대한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안으로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부실 PF를 정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요즘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달러-원 환율이 연초 예상만큼 빠지지 않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반도체 수출이 회복하고 한국의 경제성장이 2%로 개선되면서 1분기 환율이 1,300원 선으로 수렴하고, 2분기부터는 1,200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의 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대한 기대로 하루에만 외국인이 2조원어치 주식을 사는 등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환율은 반응이 아직 미미하다.


IB들의 달러-원 분기별 전망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연초 원화 강세가 번번이 막혔던 이유 중 하나로 총선 이후에도 PF 불안이 완전히 사라질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물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 북한과 대만을 포함한 동북아의 지정학적 위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시나리오 등의 대외 이슈도 있지만 달러 매수자들은 PF 정리가 쉽게 끝날 성격이 아니라는 신중함을 보이는 셈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올해 부실 PF가 금융기관 회계장부상에서 잘 정리되더라도 막대한 가계부채와 연관돼 민간의 소비심리에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여지가 많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대한민국 가계 자산 중 금융자산 비중이 높지 않은 구조적 특성이 다시 우리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형국이다. (취재보도본부 금융시장부장)


기준금리 1%p 인상시 연령대별 소비 감소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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