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른바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사태 이후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미국의 재택근무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지고,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투자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까지 악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부동산에서 문제가 발생해 금융까지 전이되는 과거 위기의 흐름과 비슷하기에 시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 위기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돌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모든 경제활동이 마비됐다.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금융시장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두 번째는 신뢰의 위기가 나타날 때다. 금융시장에 패닉이 오면 아무도 못 믿는 지경에 빠진다. 금융회사들끼리도 믿지 못해 시스템이 마비된다. 카운터파티 리스크가 극대화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세 번째는 동시다발적 위기의 전염이다. 예컨대 어느 한 곳에 위기가 오면 그걸로 끝나지 않고 금융기관별로, 나라별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금융시스템 탓에 한 곳에서 터진 부실이 연쇄적으로 파장을 미친다. 그리스부터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이 위기에 빠지며 피그스(PIGS)라는 신조어를 낳았던 유럽 재정위기 때가 대표적인 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태국에서 발생한 바트화 위기가 인근 동남아시아는 물론 한국까지 연쇄적으로 옮겨갔다.

2008년 벌어진 미국 금융위기는 첫째, 둘째, 셋째 이슈가 모두 결부돼 발생한 위기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 터지면서 각종 파생상품이 부실화됐고, 여기에 투자한 은행들이 위기에 빠지며 신뢰의 위기로 비화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는 등 빠르게 위기가 전염됐다. 그로부터 16년 뒤 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말썽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에 긴장감을 바짝 불어넣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기준금리와 나스닥지수 추이
연합인포맥스 매크로차트

 


미국 상업용 부동산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모양새를 보여 시장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은 물론,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 빌딩을 보유한 오스트리아의 부동산업체 시그나 그룹은 작년에 차입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이 그룹에 대출해준 스위스의 줄리어스 베어 은행의 재무제표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억달러(한화 1천335억원) 넘게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아오조라은행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여파로 2023 회계연도에 280억엔(약2천500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전면적인 금융위기로 비화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고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시장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진 않고 있다. 작년에 발생한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때에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단발적 이슈로 끝났는데, 이번 상업용 부동산 사태 역시 그와 비슷한 선에서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뉴욕커뮤니티뱅코프

 


중요한 것은 미국의 고금리 체제가 지속되는 한 유사한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미국의 금리인하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국인데, 최근 나타난 물가, 고용 등 경제지표를 봐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첫 금리인하 시기는 애초 3월에서 7월 이후로 미뤄진 분위기다.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면 고금리 체제가 지속될 텐데 그 와중에 NYCB 사태나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같은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2008년에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부터 몇 가지 위기 시그널이 있었다. 어쩌면 멈추지 않는 고금리가 가장 무서운 금융위기의 조건일지 모른다. 긴장을 풀지 말고 금리인하 시점까지 모든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할 때다.(편집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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