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안드로이드 #갤럭시.

이재용 회장이 화색을 띠는 키워드다. 그래서인지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찐친'들은 대체로 안드로이드, 특히 갤럭시 스마트폰을 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마친 저커버그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회동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2024.2.28 ondol@yna.co.kr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최고경영책임자(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술렁이고 있다. 갈색 무스탕을 입고 셀러브리티처럼 손을 흔드는 그. 이제 겨우 만 40세가 된 이 하버드대 출신의 천재는 이재용 회장의 '찐친'이기도 하다.

저커버그 CEO의 '갤럭시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 2020년에도 공식적으로 "몇 년 동안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해 왔고, 나는 그들(삼성)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혔으며, 지난해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23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회장이 이런 찐친들만 초대하는 '비밀 공간'이 있다. 삼성의 '승지원(承志園)'이다.

연면적 약 100평에 이르는 이 대규모 한옥은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살던 집이었다.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는다는 뜻에서 옥호를 승지원으로 붙였다.

1987년 별세 후 보수를 거쳐 지금까지 삼성 총수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의 최첨단 기술을 집결한 곳이자, 총수 개인이 사유하는 아주 은밀한 공간이다. 그만큼 신뢰할 수 있고, 또 중요하다고 여기는 손님에게만 승지원의 대문이 열린다.


전일(28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또다시 승지원의 문을 열었다. 오랜만에 남다른, 또 각별한 친구를 맞기 위해서다. 마크 저커버그 CEO 부부가 손님이었다.

만찬 참석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저커버그 부부까지 총 3명으로, 다른 임원들은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확장현실(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메타가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 '라마3' 구동에 필요한 AI칩 생산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의 총수가 승지원의 문을 열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 '제2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해 1994년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이 만난 곳이 승지원이었다. 이제는 역사책에서나 이름을 볼 수 있는 최종현 선경그룹(현 SK) 회장과 이건희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이 한창 현역으로 활동할 때였다. 당시 이들은 승지원에 모여 사업 지배주주 등의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안을 고민했다.

또 김우중 회장과는 승지원에서 수차례 만나 양사의 자동차와 전자 사업을 바꾸는 빅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비단 재계 총수뿐만이 아니다. 외국에서 찾은 국빈들을 모실 때 삼성이 조심스럽게 빗장을 여는 곳이 승지원이다.

1998년에는 이건희 회장이 승지원에서 조지 소로스가 이끄는 '퀀텀펀드' 투자 조사단과 만나기도 했다. 외환위기(IMF)를 맞은 한국에 투자를 확대해달라는 취지에서다.

2002년에는 중국 장쩌민 주석의 장남인 장멘헝 중국과학원 부원장이 이건희 회장과 승지원에서 만나 반도체 및 IT 분야 협력을 요청했다.

승지원의 상징성은 3대에 이르러서도 지속된다.

지난 2019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도 승지원에서 '깜짝 회동'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5대 그룹 총수가 승지원에 모인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었다.

다시 이재용-저커버그 회동으로 돌아가서. 기술 격변기에 두 수장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 회장은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2030이라는 비전을 달성해야 하고, 저커버그 CEO 역시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SNS) 플랫폼의 운영자로서 메타의 성장 정체, 경쟁 심화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 이재용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우정을 토대로 '기어 XR'이라는 사업적 성과를 내보인 바 있다. 이번 만남 역시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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