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서울 강남 도심에서 조용히 기체가 떠오른다. 고도를 600m까지 높인 기체는 한강변으로 이동한 뒤 한강을 따라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다. 버티포트에 기체가 내리자 탑승객은 국제선 여객기 이륙시간을 확인하며 여유롭게 탑승수속을 밟는다.

도심항공교통, 영어로 줄이면 UAM(Urban Air Mobility)이 그리는 미래다. 메가시티에 따르기 마련인 교통체증을 하늘회랑길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고흥항공센터, GC 1단계 실증 분주

지난달 28일 방문한 전남 고흥에 자리잡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항공센터 UAM실증단지에는 실험기체 오파브(OPPAV)가 소음측정을 위한 이륙을 준비 중이었다.

관측장소에서 60m가량 떨어진 활주로에서 수직 이륙한 오파브는 100m정도의 고도까지 오른 뒤 센터 상공을 선회했다. 오파브는 UAM과 관련한 핵심기술 시연을 위해 항우연이 제작한 유무인겸용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다.

바람이 거센 탓이었을까. 오파브가 관측장소 주변을 지나가도 프로펠러 소음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130m 상공에서 시속 160㎞로 운항할 때 61.5㏈A(가중데시벨)라고 관계자가 알려줬다. 일반헬기 소음이 80~85㏈A, 일반 도시소음이 65㏈A라고 하니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이날 오파브가 비행한 활주로 주변에는 풀벌레 소리도 없었다. 정밀한 소음측정을 위해 미리 풀벌레 등 잡음이 될 만한 요소들을 제거한 까닭이다. 이렇게 해서 측정한 소음은 소음반구라는 형태로 만들어져 도심 내 각종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실험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UAM그랜드첼린지는 UAM 상용화를 위해 정부와 7개 민간 컨소시엄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실증사업이다. 민간 컨소시엄은 항공기 운항, 교통관제, 버티포트 운영 등 통합운영 능력을 시험하고 정부는 UAM과 관련한 각종 기준, 규제 등을 검토한다.

고흥항공센터 UAM실증단지에 자리잡은 4개의 컨테이너에서는 민간 컨소시엄 참가자들이 오파브가 보내오는 각종 데이터들을 토대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서울 도심 내 실증사업을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활주로에 대기 중인 오파브(OPPAV)
사진설명: 국산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오파브가 고흥 UAM 실증단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 전세계 UAM 기체가 몰려드는 고흥…2026년 상용화 정조준

전남 고흥 UAM실증단지에서는 전세계 eVtol 제작사에서 제작한 기체들이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항우연, 대한항공, 현대차그룹에서 제작한 오파브, 오토플라이트사의 프러스패러티, 조비 에비에이션사의 S4,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사의 VX4, 아쳐 에비에이션사의 미드나이트, 베타 테크놀로지사의 ALIA250 등이다.

이곳에서는 규제특례적용으로 무인비행장치와 무인항공기에 대한 특별감항증명 등 행정절차가 간소화되어 있어 UAM기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다. 실증사업 실무 책임자인 국토교통부의 최승욱 도심항공교통 과장은 이런 실증사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법적 기반을 마련한 데 대해 "꿈만 같다"고 말했다.

UAM그랜드첼린지(GC)로 명명한 실증사업은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작년부터 시행 중인 1단계에서는 기체안정성을 포함한 통합정상운용, 소음측정, 비정상상황 대응능력 확인, 비정상 상황 모사, 충돌관리 등을 시나리오로 설정하고 검증한다.

1단계 실증을 마친 뒤에는 장소를 서울로 옮겨 인천 드론센터에서 계양 3기신도시, 경기 고양킨텍스에서 김포공항, 여의도를 잇는 두 경로에서 도심 실증을 진행한다.

항우연의 정기훈 단장은 "도심에서 요구하는 UAM의 안전 수준은 공학적으로 요구하는 최고 수준에 근접하는 기체들"이라며 "그랜드첼린지에서는 기체안정성 시험을 통과해야 그 다음 단계 실증에 도전할 수 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우연은 비슷한 수준의 안전도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UAM 실증단지 브리핑
사진설명: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가 K-UAM 그랜드 첼린지에 대해 기자단에 설명하고 있다. [출처: 국토교통부]

 




◇ 46개 기관 실증사업 참여…미래산업이 여문다

전남 고흥에서 진행 중인 UAM 그랜드첼린지에는 민간에서 7개 컨소시엄 35개사, 5개기관 및 기관연합 등 총 4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다. 여기에는 실증사업 참가사에 상용화에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시한 정부의 당근이 큰 역할을 했다.

7개 컨소시엄의 면면을 보면 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UAMitra, 현대차와 KT, SKT가 참여하는 K-UAM드림팀,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하는 UAM Future팀, 롯데그룹, 대우건설·제주항공 등이다.

각각의 컨소시엄이 그리는 UAM의 미래는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기체 도입 등에서는 SKT가 참여하는 K-UAM드림팀이 속도를 내고 있었다. UAM기체제작에서 선두권인 미국의 조비사를 파트너로 둔 까닭이다.

현대차-KT컨소시엄은 안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시장이 열렸을 때 고객이 기꺼이 타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UAMitra컨소시엄은 화물운송에서 UAM의 가능성을 주목했다. 대중적 수용성을 염두에 둔다면 여객보다는 화물이 더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 배후에 있었다.

UAM Future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참여하고 있는 만큼 육상에서 항공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었다.


◇ 2040년 700조 전망…신산업 먹거리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정부는 K-UAM로드맵을 그리면서 UAM 세계시장 규모가 2040년에는 73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에서는 1조4천740억 달러, 한화 약 1천9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출처: 국토교통부]

 



한가지 주목할 점은 UAM에서 기체제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UAM가치사슬에서 기체제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 정도로 평가했다.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모빌리티 서비스 부분으로 전체 시장의 약 5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기체제작에서 뒤처졌다 하더라도 관련 법규 및 제도 정비, 상용화 서비스 선점 등을 통해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고흥 실증단지는 바로 이런 점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사업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체/운용 안전, 공역관리, 버티포트 등 인프라, 자율비행, 인증 및 제도 등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출처: 국토교통부]

 



최승욱 국토부 도심항공교통과장은 향후 전망과 관련해 "UAM산업의 구현이라는 큰 목적하에 챌린지고 경쟁이기는 하나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기까지는 협력하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그랜드첼린지에서 요구하는 통합운영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증 통과 단위는 컨소시엄"이라면서도 "상용화 이후의 기업 간 결합은 각자의 선택이고 이를 막을 이유는 없다. 요건을 만족시킬 경우 7개 컨소시엄 모두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컨소시엄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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