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땡큐, 비트코인. 저는 비트코인을 팔아서 첫 집을 살 돈을 낼 예정입니다. 남은 코인으로 달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찍기 4일 전. 미국 투자자들의 소셜미디어인 '레딧'에 올라온 글이다.

일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가격이 곧 10만달러로 오를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달에 가겠지만 주택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식 비용이나 주택 보수 비용, 학자금 대출을 위해 비트코인을 산 사람들은 주택 매수를 지지했다. 그러면서 모기지를 받았는지, 세금과 자금 출처 증빙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했다.

또 다른 투자자들은 "나는 킹사이즈 침대를 사려고 3천달러에 팔았는데, 지금 6만7천달러짜리 침대에서 자고 있어", "꼭 달에 가길 바란다"라는 특이한 인사를 남겼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찍기 전 6만9천달러대에서 역대 최고치를 찍고 내려갈 때 팔았다니. 그는 정말 비트코인 7만달러 시대가 도래한 시점에 진정한 승자라 하겠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옛 투자 조언에 비춰볼 때 그는 설령 허리나 가슴쯤에서 비트코인을 샀다 하더라도 목이나 관자놀이쯤에서 판 셈이다. 어쩐지 글에서 행복이 묻어 나더라니.

남들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 동안, 또 나만 없는 박탈감(FOMO:Fear of missing out)을 갖고 저녁 약속에 갔다. 이럴 때는 식사도 안 넘어가야 정상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런 증세는 없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찍었다는 말에 지인이 말했다.

"**스트리트에도 있어. 최근에 아는 사람이 비트코인 팔아서 집 샀어. 4백만달러"

4백만 달러(약 52억8천만원). 세금까지 포함하면 족히 비트코인 60여개를 팔았겠다.

비트코인 60여개가 수영장 딸린 저택이 되는 세상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베트남 호찌민의 한 비트코인 거래 간판
[비트코인ATM-HCMC 페이스북 캡처]

 


주택 가격도, 주가 지수도, 비트코인 가격도 천정부지로 오른 시점이다.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는 8일 장중 5,189.26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지수도 16,449.70까지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시장에서 소위 '위험 자산'으로 불리는 자산들만 오른 게 아니다.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값도 랠리를 보이고 있다.

금 가격은 온스당 2천200달러까지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돈은 신기하게도 오르는 자산을 찾아내 우르르 움직인다.

이런 시점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코인을 팔아 주택 시장으로 판을 옮기는 것은 눈에 띄는 사례다. 물론 소수의 사례로 다수의 비트코인 투자자가 주택 시장으로 옮겨간다고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집을 팔아서 비트코인을 샀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더 오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못 오른 곳은 어디인가'. 늘 탐색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본능이니 단순하게 볼 일도 아니다.

미국 주택시장은 이미 공급 부족 상태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가격이 계속 지지되는 양상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2년 동안 세금을 공제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은 집주인들이 집을 못 파는 사이에 가격 상승과 금리 상승에 집을 못 산 사람들은 계속 기다리게 된다. 대기 수요가 여전히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가 금융시장과 주택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택시장이 쉽게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금리 인하가 미국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올해 연준의 금리가 5%대에서 4%대로 하락하면, 7%대를 웃돈 모기지 금리도 5% 언저리로 떨어질 가능성이 열린다.

모기지 금리 5%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에서 저금리에 대출받은 사람들이 집을 팔 용기를 내는 '마법의 숫자(매직넘버)'로 꼽히고 있다.

미국 금리인하가 주택시장의 공급 부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않더라도 활발한 거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 위원회에서 통화정책 반기 보고에서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자신감을 가지는 데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돌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못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경제가 워낙 좋은 데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가지 않으면 금리도 인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2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금리인하 신호를 확실하게 뒷받침했다.

그동안 3.7%대에서 꿈쩍하지 않던 미국 2월 실업률이 3.9%로 올랐다.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이 보여준 서프라이즈 수치는 이르면 6월부터 첫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다.

금리인하 시점이 멀지 않다고 말한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볼 때 6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완화되고, GDP 수치가 내려간다면 어떨까.

연준은 여전히 여유가 있다. 오는 6월까지 석 달 동안 지표를 보고,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후 7월에 내리고, 8월경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앞으로의 금리인하 경로에 대해 설명할 수도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해 왔다.

높은 주택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있다 하더라도 크게 충격적이지 않다면 연준이 금리 결정 경로는 변하지 않는다.

상품 물가는 이미 디스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어 여전히 인플레이션 완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긋한 연준과 달리 투자자들의 마음은 바빠졌다.

시장에 돈이 풀리기 직전, 돈 빌려 쓰는 비용이 낮아지려 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다.

그것도 파월 의장이 얼마 안남았다고 한다.

비트코인, 주식 등 위험 자산은 물론 금 가격도 역대 최고치로 올랐다.

미국 국채 가격은 극도로 오르지는 않은 상태다.

미 국채 10년물은 여전히 4%대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5%를 웃돈 후 1%포인트 정도 내렸지만 2023년 저점은 3%대 초반이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할 일은 수많은 자산의 랠리 속에서 추가 상승할 자산과 저평가된 자산을 찾는 일이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가 되는 상황을 보고 나니 앞으로 어떤 자산을 팔아 달에 가는 시대가 실제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정선영 뉴욕 특파원)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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