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연초부터 분주한 외환시장 참가자들 시선은 하나같이 하반기에 쏠려 있다.

오는 7월부터 정식 시행되는 '외환시장 선진화'(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이 새벽 2시까지 대폭 연장되고, 런던과 싱가포르 등 글로벌 금융 중심지에서 외국 금융기관(RFI)의 시장 참여가 본격화된다.

대대적인 시장 변화가 시작되기까지 3개월여만을 남겨두고 있다.

재작년 2월 외환시장 선진화의 로드맵은 처음 공개됐다.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 70여년 만에 변화는 당장 넘기 어려운 '큰 산'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가보지 않은 길에 발을 내디딘 지 1년 넘게 지났다. 그때부터 시간표가 있다면 지금은 칠 부 능선 내지 팔 부 능선에 와있다.

그동안 외환시장은 선진화 준비에 소기의 성과를 냈다.

지난달에는 국내외 10여개 기관은 야간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했다. 특별한 문제 없이 모의 거래를 마쳤다. 이달부터 딜러가 실시간 자율거래에 나선다.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연초 첫 거래일부터 RFI가 등장해 첫 거래를 체결했다. 현재 RFI는 13개 기관까지 늘었다.

성과의 이면에는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처음에 정한 로드맵 시한에 맞춰 서둘러 준비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 고충도 적지 않게 들린다.

올해부터 시범운영이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 딜링룸은 개장 시간 연장에 대응한 인력 충원부터 만만치 않다. 불확실한 수익과 비용 문제로 외환(FX) 딜러들은 본업인 트레이딩에 선진화 준비라는 가욋일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시행하는 야간 실거래 테스트가 RFI 참여 확대를 포함한 자율거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등록된 RFI와 국내 기관 간 거래를 위한 신용공여 약정은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는다. 테스트에 참여한 기관들이 새로운 거래 상대방인 RFI와 거래를 제대로 점검하기 위해선 신용공여 약정이 선결되어야 한다.

자율거래를 도입해도 동시다발적인 거래를 시험하기 위한 자동화 전산 작업이 필수적이다. 아직 전산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수기로 대응하는 모습도 여전하다.

그러다 보니 하반기 정식 시행까지 마무리가 빠듯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정해진 시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RFI가 국내 은행과 시범 거래를 진행하면서 백 오피스 거래 절차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정식 시행 전에 전산이나 회계 등 거래 과정에서 미비점을 발견한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실제 거래 상황에서 발생한 점은 주의할 대목이다.

여러모로 금융시장에 '라스트마일(Last mile)'이 관심사다. 외환시장 선진화도 어렴풋하게 목적지가 가까워지면서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신외환법 제정 등 외환 분야의 대대적인 변혁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당시 외환 정책을 총괄한 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한 경구를 소개했다.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 로마의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의 말로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외환시장 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충분한 여유를 고려해 정책을 이처럼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쉽지 않은 라스트마일에 다다른 지금, 성공적인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초심처럼 '천천히 서둘러라' 경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새벽에도 문열고 외국인도 참여…외환시장 빗장 푼다(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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