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전후로 치러지는 만큼 어느 때보다 미국 통화인 달러화를 비롯해 금융시장 영향력이 큰 이벤트로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거 기간 달러화 움직임은 반드시 대선 후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았다. 당시 경제 상황과 통화 및 재정정책, 정치적 역학관계, 선거 공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지만, 재선보다는 정권 교체 시 달러화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역대 대선에서 달러화 가치 어떻게 변했나

28일 연합인포맥스가 2000년대 들어 치러진 여섯번의 대선 결과와 달러 인덱스(화면번호 6400),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등을 분석해본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아래 차트에서 파랑), 공화당(빨강) 상관없이 대체로 정권이 교체된 시기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달러화 강세와 약세 구분은 선거가 치러진 해의 저점과 고점을 비교했다.

공화당이 이긴 세 번의 대선에서 달러화는 정권이 교체됐을 때 강세를 보이고 재임했을 때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정권을 교체한 2000년 대선에서 달러화 가치는 약 18%가량 상승했다. 첫 번째 임기 동안 세계 무역센터가 테러로 붕괴하면서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기준금리는 6.5%에서 무려 1.0%(정책금리 상단)로 인하됐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급격한 금리 인하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11% 넘게 하락했다. 두 번째 임기에서는 금리를 1.0%에서 다시 5.25%로 빠르게 올리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을 교체했을 당시에도 달러화 가치가 약 11% 정도 올랐다. 임기 초중반에는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에서 2.50%로 인상됐으나 이후 무역 갈등 악화로 세계 경제가 둔화한 데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며 임기 말에는 다시 제로 수준으로 급격히 인하했다.

2000년 이후 대선별 달러화·정책금리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민주당이 이긴 세 번의 대선에서도 정권이 교체됐을 때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재임했을 때 내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급격한 금리 인하가 단행된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에도 달러 가치가 하락한 바 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권을 교체하며 당선됐을 당시 달러화 가치는 약 24% 상승했다. 다만, 2012년 재선에서는 달러화 가치가 4% 하락했다. 금융위기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 당시에는 기준금리가 줄곧 제로 수준에 머물렀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현 대통령도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그해 달러화 가치는 7%가량 하락했다.

◇바이든 VS 트럼프, 달러가 예측 할 수 있는 것

이달 초 대규모 경선을 치르면서 이번 선거는 지난 2020년과 같이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 구도 재연이 확정됐다.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오랜 싸움을 이어가면서도 통화 긴축을 마무리하려는 시점인 만큼 금융시장도 예민하게 정치·경제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2000년 이후 사례에서처럼 대선 후보의 출신 정당이 달러화 가치에 일관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양당 대선 후보가 결정된 만큼 그들의 대선 공약이나 이전 성향 등을 살피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자산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 여건이 개선될수록 바이든 대통령이 유리하겠지만, 인플레이션 유령이나 세금, 성장, 적자, 규제,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요인 등 비경제적 요소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러화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바이든 임기 당시 달러·정책금리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강한 미국과 강한 달러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달러가 좀 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전망에서 트럼프 당선 시 달러와 국채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점쳤다.

골드만삭스는 "1월 23일 트럼프가 뉴햄프셔주 공화당 예비선거에 나선 후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였다"며 "달러화 움직임은 트럼프가 무역과 국제 정책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며 달러 가치에 의미 있는 추가 상승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1월 이후 달러 가치 상승이 트럼프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으며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상쇄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바이든 임기 동안 이뤄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달러화 지수는 지난 2022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115 가까이 올라섰다. 이후 지금까지 101~105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코로나 이전 수준인 90~100보다 높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는 기준금리도 영향을 미쳤지만,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 경제와 글로벌 지정학적 우려 등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온건한 무역정책을 펼치지만,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 구조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만큼 이 또한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결과적으로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달러화 강세 요인이 우세한 가운데 당선자가 누가 될지에 따라 강세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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