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3월 28일(목) 오후 4시 연합뉴스경제TV의 '경제ON'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콘텐츠입니다. (출연 : 권용욱 연합인포맥스 기자, 진행 : 이민재)

[이민재 앵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저출산 문제입니다. 한국은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도 많은데요. 그런데 한국만이 가진 저출산의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원인이 있는 것인가요.

[권용욱 기자]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바로 결혼하지 않는 현상을 꼽을 수가 있는데요. 미혼화 또는 비혼화라고 표현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결혼하지 않고서도 출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경우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결혼 문제를 저출산의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요. 주거 문제나 육아 비용, 사교육비 같은 경제적인 요인, 가치관 요인들이 많이 거론됐는데요. 그런데, 혹시나 우리나라의 성비 문제가 미혼이나 비혼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연구해 본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에 내놓은 보고서인데요. 국책 연구기관이 발표한 내용인 만큼 한번 주목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성비 문제라면, 남성이 많다는 뜻이겠죠.

[기자]

네, 우리나라 성비 문제를 살펴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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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의 숫자인데요. 자연성비는 정상적인 성비, 즉 여아 100명당 남아 104~107명의 범위를 뜻합니다. 그래프의 아래 실선 두 개가 자연성비 범위인데요. 1970년대부터 조금씩 출생성비 불균형이 시작됐고, 1980년대 이후 계속해서 출생성비 불균형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80년대 후반부터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이런 현상이 9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했고요. 2007년부터는 자연성비 안으로 다시 수렴했습니다.

[앵커]

네, 우리나라가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출생성비에 매우 심한 불균형이 있었군요. 이렇게 성비가 맞지 않는 원인은?

[기자]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편향적으로 성별을 선택하게 되는 데에는 세 가지 정도의 원인이 있는데요. 먼저 남아선호사상이 있고요. 그리고, 가정에서 아이를 적은 숫자만 낳게 되면서 자녀의 성을 선택하고자 하는 부모들의 욕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술 공급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세 가지 문제는 출생성비가 불균형한 나라에서 대부분 공통으로 목격이 되는 현상이고요. 유엔 또한 이런 세 가지 요인을 기본으로 해서 나라별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성비 불균형이 심해진 데는 세 번째 요인, 즉 기술 공급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인공임신중절이라고 하는, 즉 낙태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녀를 많이 낳을 때이기 때문에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출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남녀 출생 성비의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생성비가 자연성비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은 인위적인 수단으로 출산을 통제했다는 뜻입니다.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태아의 성감별이 활발히 이뤄졌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출생성비의 불균형이 매우 심해지게 됐는데요.

1994년에 발표된 '전국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임신 중에 태아의 성을 검사해본 경우가 1천300여건이었는데, 이 중 아들은 3%, 딸은 17%가 인공임신중절 시술로 임신이 종결된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당시 여아의 인공임신중절시술이 정말 많았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이렇게 출생성비가 불균형해지면서 미혼 인구의 성비도 불균형해졌다고 볼 수 있겠군요.

[기자]

네, 미혼 인구의 성비가 얼마나 불균형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 흥미로운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20~49세의 미혼 남녀가 1대1로 모두 결혼한다고 가정을 해서 남아 있는 인구를 분석하는 조사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게 우리나라 초혼 연령의 통계에 따르면 남녀 간 결혼 연령 차이가 약 3세로 나타났거든요. 그래서 남녀 결혼 연령 차이를 3년으로 가정하고 남게 되는 인구를 산출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1985년부터 1990년까지만 해도 20~49세 미혼 인구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는데요. 이후에는 남성 과잉이 심각해지면서 2020년에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됐습니다. 2020년의 한국에서 남녀가 1대1로 결혼을 모두 하게 되더라도 짝을 찾지 못하고 남게되는 순미혼남성은 122만6천명인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과 비교를 하면요. 2020년 일본의 순미혼남성도 한국과 비슷한 135만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미혼 인구 전체 숫자가 한국의 두 배이거든요. 한국에서 순미혼남성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는 조사 결과입니다.

[앵커]

그리고 성비와 결혼 구조를 고려한 또 다른 지표도 있다고요.

[기자]

네, S지표라는 것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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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를 보면 지수가 마이너스로 갈수록, 결혼 성비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1990년 초반에는 우리나라의 결혼 성비 불균형이 없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악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는 미혼 남성이 여성보다 20% 가까이 많은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특히 S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역별 특성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데요. 서울의 경우에는 결혼 성비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방은 남성이 결혼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도 지역이 매우 악화하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앵커]

네, 결혼 성비의 문제가 지방을 중심으로 2020년대 들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이네요. 그런데 이런 부분이 실제 결혼을 하지 않는 현상으로 직접 이어지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자]

네, 결혼 성비 문제가 실제 결혼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는데요. 분석 연령은 초혼이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인 30대로 한정 지었습니다. 기간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활용했는데요.

피어슨 상관계수를 활용해 분석했는데, 표본의 숫자가 작을 때 일어나는 문제 같은 피어슨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피셔 Z변환까지 적용한 결과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광역시가 아닌 도 지역에서 성비 불균형에 따른 결혼의 마이너스 관계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도시보다는 시골지역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많을수록 결혼이 줄어드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2015과 2020년으로 올수록 주로 30대 초반에서 이런 관계가 강하게 나타났는데요. 또, 남녀 연령차를 3년 정도로 고려했을 때도 도 단위 지역의 남성 30대 초반이 최근에 올수록 마이너스가 커졌습니다.

2015년과 2020년에 각각 30대 초반의 나이라면 80년대 중반 전후로 태어난 사람인데요. 저희가 처음 이야기했었던 출생성비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와 엇비슷합니다. 특히, 광역시보다 도 단위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마지막으로 앞으로 미혼 인구가 한국에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고요.

[기자]

네,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남게 되는 인구를 미혼 인구라고 하는데요. 보통 50세 미혼율을 생애 미혼율로 봅니다. 한국 남성 50세 미혼율은 1985년 0.5%에 불과했지만 2021년 17%로 상승했고, 앞으로 상승 속도는 완만해지겠지만 여전히 상승해서 2050년에는 30%가 될 것으로 추정이 됐는데요. 여성의 경우 2050년에 14%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즉, 앞으로 남성의 50세 미혼율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연구 결론들을 종합해보면요. 우리나라의 출생성비 불균형은 2010년대 들어 해소가 됐거든요. 그래서 2010년생들이 결혼 적령기가 될 때쯤에는 성비 불균형에 따른 결혼 문제가 해소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그런데 결혼 시기가 뒤로 늦춰지고 있어서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별 성비격차와 그에 따른 미혼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것을 단순히 경제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청년들의 결혼 이행이라는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국책 연구기관은 조언했습니다.

지방 청년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조사도 이번 연구에서 병행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지방 청년들이 남녀 간에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 방송뉴스부 권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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