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6일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현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는 사이 이탈리아 의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탈리아 상원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이 경제개발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한 것이다. 시장에선 자유국민당이 마리오 몬티 내각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며 총리 사임설이 돌기도 했다. 이 경우 내년 3월 예정된 총선이 앞당겨질 수 있다.

몬티 내각은 그동안 자유국민당과 중도좌파 민주당(PD), 중도연합당(UDC)의 지지를 받았다. 몬티 총리를 몰아내겠다는 주장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보다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당수가 더 어울린다. 현재 민주당의 지지율은 30%를 웃돈다. 이탈리아의 중도좌파연합 지도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베르사니 당수가 연합의 도움을 받는다면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

반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유국민당 지지율은 16%에 머물러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오성(五星) 운동'의 지지율에도 못 미쳤다. 그럼에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낸 이유는 뭘까.

당의 악재가 반드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조기총선은 국민당 통제권을 다른 당으로 넘길 위험이 있는 예비선거를 무산시킬 수 있고 새로운 선거법 통과를 막을 수도 있다. 현재 선거법은 의회 불안정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러한 불안정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외무장관을 지낸 프랑코 프라티니를 비롯해 일부 국민당 소속 의원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그 수가 늘어날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그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분당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제개발법안은 다른 정당의 도움으로 통과됐지만 몬티 내각이 국민당 없이 의정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없다는 점에서 몬티 내각이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정치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국채 금리가 치솟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변수가 정치권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큰 반향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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