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로 기대를 모으며 총리에 오른 지 1년. 마리오 몬티 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했다. 이탈리아 정계는 빠르게 총선 체제로 흐를 것 같다. 금융시장은 다시 안갯속이다.

몬티 총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측의 지지가 없이는 총리직 수행이 어렵다는 뜻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전했다. 그동안 몬티 총리의 긴축정책을 지지했던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은 지지를 철회할 태세고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다섯 번째 총리직 도전을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몬티 정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다시 총리직에 오르리라 단언하기 어렵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호기롭게 재도전을 선언했지만 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여전하다. 그는 섹스파티를 뜻하는 '붕가붕가파티'를 통해 미성년자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고 탈세 혐의로 지난 10월 유죄 선고를 받아 항소 중이다. PDL의 지지율은 총리를 배출하기 부족한 처지고 그나마도 당내 분열을 겪고 있다.

몬티 총리가 총리직에 재도전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겨냥해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탈리아가 자신이 총리에 취임했던 1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몬티 총리는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당의 대중적 모욕은 더는 견딜 수 없다면서 "그 성명에 정말 화가 난다. 이대로는 더 나아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몬티 총리는 13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기능 장애 상태인 의회를 긴축 정책을 승인하도록 이끌었고 탈세를 단속하는 한편 비대한 정부 지출을 간소화하는 등 어느 전임 총리보다도 많은 일을 해냈다. 그의 지지율이 최임 초 75%에서 30%로 낮아진 것은 가혹할 정도로 강하게 긴축을 추진했기 때문이지만 이탈리아 경제를 생각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예산안이 예상대로 통과된다면 총선은 2월께 열린다. 기술관료와 붕가붕가파티의 호스트가 맞붙게 될까.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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