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프랑스의 연말은 어느 때보다 쌀쌀하다. 프랑스 현지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샴페인 소비량만 봐도 그렇다. 국제샴페인위원회(CIVC)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샴페인 소비량은 작년 동기보다 5.0% 감소했다. 샴페인 제조업체 브랑켄 포머리의 폴-프랑수아 브랑켄 회장은 "프랑스 사람들 사이에 시무룩하고 슬픈 분위기가 있다"면서 "사람들이 올해 샴페인을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제가 악화한 데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반(反) 정부 성향마저 나타났다.

지난주 프랑스 국립 통계청(INSEE)은 프랑스 경제가 4분기에 0.2%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고 내년 성장률도 1.0%에 못 미칠 것으로 봤다. 이 가운데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1999년 59%에서 현재 90%로 올라 부채 감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통계청 발표 뒤 내년 경제상황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예언하듯 프랑스 의회는 세수를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계획을 골자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된 부분은 연 100만유로(약 17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세율 75% 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집권한 사회당 정권이 부자 증세 정책을 강화하자 부유층이 세금을 피하고자 외국으로 망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부자 증세에 반발해 프랑스 국적을 포기했고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으며 영화배우 크리스티앙 클라비에르는 최근 영국행을 발표했다. 부유층이 떠나면서 파리 부동산 시장에는 고급 주택 매물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탈세 단속을 진두지휘하는 장관이 탈세했다는 보도도 프랑스 민심을 더욱 흉흉하게 하고 있다. 좌익계 웹사이트인 '미디어파트'는 제롬 카위작 예산장관이 2010년까지 스위스 은행 UBS에 비밀 계좌를 보유했다며 올랑드 대통령이 장관 교체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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