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내년 1월 남부 작센주 지방선거, 가을엔 총선. 선거의 해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독일 정부와 야당은 저마다 퇴직자와 실업자 등에 혜택을 늘리겠다고 공약한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총선에서 이기고 갑자기 차가운 얼굴로 돌아보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독일 정부 재정이 예상만큼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사회민주당(SPD)의 전례를 보면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게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총선 이슈로 '사회 정의'를 들고 나왔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경제 문제에서 다른 쪽으로 환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슈뢰더 총리는 당선되자마자 노동 시장과 복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의제 2010'을 도입해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고통을 줬다.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내년 독일의 선거 이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실무팀이 지난 몇 주간 작성한 자문서를 소개하면서 이 문서에 정치권의 공약과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서는 어느 당이 집권하든 차기 정부가 지출을 늘릴 수 없으며 혹독한 지출 감축에 나서야 할 것으로 봤다.

실무팀은 독일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의 여파를 견뎌내려면 앞으로 몇 년간 세금을 큰 폭으로 높이는 한편 사회보장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식, 서적 등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율 7%를 일반 품목에 적용되는 19%로 높일 경우 독일 정부는 230억유로(약 32조원)를 확보할 수 있다. 실무팀은 독일 건강보험기금에 지원되는 정부 자금을 100억유로 줄이는 방법과 인구 노령화에 따른 연기금 부족에 대비해 소득세에 추가세를 징수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실무팀의 조언과 예상이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는 이들의 제안을 승인하고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계속 연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쇼이블레 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정부 여당에 역효과를 주지 않도록 이 작업을 비밀에 부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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