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런던이라는 지명은 성(城)을 뜻하는 켈트어 린딘에서 왔는데 로마인들이 브리타니아를 정복할 때 요새를 건설하면서 이를 론디니움이라고 부른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상들이 그랬듯 2013년의 영국은 부채 위기의 파고를 피하려 높은 벽을 쌓으려 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공식적으로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을 입에 올린 뒤 2015년 이후 국민투표로 EU 탈퇴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 심화와 이에 따른 재정통합 움직임, EU 예산 증액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지며 EU 탈퇴 여론이 고조되고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동시에 영국은 금융정책, 세금제도, 사법권 등에서 독립적인 통제권을 보장해달라며 EU 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EU 의장국을 맡은 아일랜드가 순탄한 임기를 보내기 어려워 보인다.

필립 고든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가 영국의 EU 탈퇴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며 경고했지만 영국 정부는 강경하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EU가 영국의 재협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EU 탈퇴를 불사하겠다고 인터뷰까지 했다.

수년째 계속되는 부채 위기의 근원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인데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이 규제와 희생을 요구받고 있으니 EU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족쇄로 느낄 만하다. 총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과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 등 당내 후계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캐머런 총리가 강하게 나올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14일부터 17일까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유럽의회에서 영국과 다른 회원국들 사이에 이질적 분위기가 나타날지 주목할 일이다. 유럽의회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소송의 문턱을 낮추는 방안과 유로본드에 관한 입법을 논의한다. 캐머런 총리가 오는 22일 네덜란드에서 내놓을 영국의 EU 회원국 지위에 대한 구상도 주목된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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