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한해운[005880] 매각 본입찰에 대기업이 불참하면서 STX팬오션[028670] 매각에 인수·합병(M&A)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M&A 업계의 관심은 대한해운 인수를 위한 의향서를 제출했다가 본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SK그룹과 CJ그룹이 STX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 지에 있다.

당초 증권시장에서는 'STX팬오션 참여를 위한 대한해운 포기'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었으나 점차 비관적인 시각이 많다. 법정관리하에 있는 대한해운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STX팬오션의 밸류에이션 측정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M&A 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 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CJ그룹은 일단 STX팬오션 인수전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해운 인수전을 준비하면서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본 것이다.

자본잠식이나 1조원 이상의 회생채권 등 대한해운 재무 자체도 취약하지만 벌크시황이 너무 좋지 못했다. 유상증자 참여로 인수한다고 해도 추후 소요될 자금 측정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8년 11,700포인트를 웃돌았던 벌크선운임지수인 발틱운임지수(BDI)는 1,000포인트 이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3,000포인트 이상으로 회복돼야 벌크선사가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일반 대기업이 기존 물류와 잘 연결해도 운임이 워낙 낮아 당분간 적자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중국 조선소를 중심으로 저가의 벌크선이 계속 공급되고 있다. 설사 올 하반기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급격한 운임 상승은 어렵다. 결국, 훨씬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다각화된 선종을 보유한 SK해운도 업황 부진에 이익 감소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천%와 80%를 넘어 대한해운보다 덩치가 큰 STX팬오션을 인수하기 쉽지 않다.

인수후보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도 계열사의 대량 화물을 수송할 수 없도록 제한한 해운법 제24조 때문에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삼성그룹의 물류 강화 특명을 받은 삼성SDS 정도가 인수 후보로 손꼽히지만, 컨테이너선사가 아닌 벌크선사에 큰 자금을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STX팬오션의 시가총액이 지난 주말 1조1천63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각대상 구주 36.1%는 4천억원이 넘는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채무상환액을 포함하면 인수자의 부담은 훨씬 커진다.

물론,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가장 관건으로 꼽히는 차입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딜 흥행이 가능하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64.8%로 다른 해운사에 비해 양호한 편이지만 순차입금의존도가 53.9%에 이를 정도로 높다. 순차입금은 약 4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선박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채비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적자폭이 너무 크지만 않다면 충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력적이라도 볼 수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STX팬오션이 대한해운보다는 재무적으로 양호하고 앞으로 경기 회복에 따라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릴 여지도 크지만, 차입금 부담과 해운 업황 부진 장기화, 비싼 가격 등이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STX팬오션 매각에 여러 곳의 국내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보다는 PEF 간의 경쟁이나 자금력 있는 해외 물류 기업의 참여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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