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M&A와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위기의 트리거가 된 건설경기 침체, 핵심 알짜 사업부 매각.'

동양그룹과 웅진그룹이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다른 점은 동양그룹은 고비를 넘긴 경험과 웅진그룹보다 많은 계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IB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동양그룹이 웅진그룹만큼 어려운 상황이지만 고비를 넘길 가능성은 조금 더 크다고 진단했다.

물론 인수·합병(M&A) 시장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방안이 성공할지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거의 해체 수순을 밟는 웅진그룹과는 다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룹의 핵심인 동양메이저(현 ㈜동양)는 지난 2000년 초중반 구조조정과 차입금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세운레미콘 인수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차입금도 줄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후 한일합섬과 골든오일 전환사채 인수에 나섰다가 2008년 하반기에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흔들렸고 2009년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건설경기 침체로 동양메이저 실적도 악화됐고 한 때 자본잠식에 빠졌다.

동양그룹은 그동안 유휴 자산 매각, 한일합섬의 현금성 자산, 동양생명 IPO 및 지분 매각, 유상증자, 합병 등으로 고비를 넘겨왔으나 차입금을 근본적으로 줄이지는 못했다.

㈜동양의 부채비율은 올 9월 말 별도기준 679.8%에 이른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는 무려 927.3%에 달했다.

오히려 재무적으로 취약함에도 2010년 초에는 동양매직을 앞세워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사업 확장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레미콘과 가전사업부 동양매직, 섬유사업부 한일합섬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처분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동양그룹도 주요 사업의 전방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그룹 수뇌부가 예상한 만큼 현금창출력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와 태양광 투자로 차입금 상환에 시달렸고 해결책으로 그룹의 중요 캐시카우(cash cow)인 웅진코웨이 매각에 나선 것과 비슷한 수순이다.

다만, 동양그룹은 핵심 사업부를 매각해도 그룹이 형태를 유지할 정도의 여러 계열사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골프장 소유 문제로 매각하려다 실패한 동양생명 등 금융사와 동양시멘트, 동양파워, 동양에너지 등 제조사를 여전히 끌어안고 있다. 반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웅진폴리실리콘, 웅진씽크빅, 웅진식품 등이 매각되면 사실상 해체 위기에 몰리게 된다.

또, 동양그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긴 '경험'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성장만 했던 웅진그룹은 한 번의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캐시카우도 코웨이에 그쳤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동양그룹도 위기를 탈출할 것으로 확신하지는 못하는 상황이고 M&A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각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그러나 그룹 형태를 유지하며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웅진그룹과는 다소 다르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취약한 재무 상태가 오래됐고 동양생명은 물론 핵심 사업을 진작 매각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동양그룹도 시장의 불신을 받기는 마찬가지"라면서도 "과거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일단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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