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탈리아와 키프로스에서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이벤트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향한 신뢰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때 출범 10년을 대대적으로 자축한 유로존이었지만 이제 추가 회원국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지경이다. 각국이 외환보유액을 운용할 때도 차세대 지준통화로 주목받던 유로화는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돼버린 듯하다.

지난주 폴란드의 도날드 투스크 총리는 유로화 사용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성장을 위해 유로존이라는 '블루 오션'이 반드시 필요하다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투스크 총리는 유로존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무릎을 꿇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 가입 반대 여론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총선에서 마리오 몬티 총리가 패배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재정 취약국에 가해진 독일 주도의 긴축 압박은 유로존 이미지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불가리아는 2015년 유로존 가입을 목표로 성실히 준비 작업을 했지만 작년 말 갑자기 "가입했다가 어떤 일이 닥칠지 불확실한 만큼 현재로서는 위험하다"며 가입 보류 결정을 내렸다. 역시 그리스의 구제금융과 그에 따른 긴축이 반면교사로 작용한 셈이다.

루마니아는 유로존 가입보다는 유로존 가입 자격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은 최근 "유로존 가입은 경제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우선 가입 자격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한발 물러섰다.

유로존에 가입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유럽 국가들처럼 신흥국 사이에선 유로화에 투자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회의적인 견해가 퍼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신흥국들은 유로존 위기의 여파로 유로화 보유액을 지난해 8%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화가 신흥국 외화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년래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달러화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한때 지준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넘봤지만 이제 유로화가 달러화에 도전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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