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한항공[003490]이 최근 체코항공 지분 44%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4월11일 오전 11시41분 연합인포맥스가 송고한 '대한항공, 체코항공 지분 44% 인수…2대주주' 기사 참조)

한국항공우주(KAI)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고 항공기 도입에 많은 자금을 써야 하는 대한항공의 유럽기업 지분 인수는 다소 의외지만, 부실한 체코항공 인수가격은 겨우 264만유로(38억원)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극히 적은 돈으로 공동 운항노선 확대 등을 노린 것이다. 과감한 M&A 전략은 아닌 셈이다.

이런 예외적인 거래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유럽기업 사냥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15일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유럽기업 M&A는 드물었다. 그나마도 중소형 거래가 대부분이다.

올 1분기만 해도 부동산을 제외하면 삼보모터스가 일본 업체로부터 프라코를 인수하며 프라코 체코법인까지 사들인 정도가 눈에 띈다. 최근에는 한글과컴퓨터[030520]가 영국 모바일 프린팅 기업인 '소프트웨어 이미징'을 인수하기도 했다.

오히려 1분기에 STX그룹이 STX OSV를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이 이탈리아 방산업체 핀메카니카(Finmeccanica)의 에너지·발전사업 자회사인 안살도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최종 인수는 아직 미지수다. 두산과 함께 관심을 뒀던 삼성그룹은 포기했다.

지난해에도 GS건설의 스페인 수처리 업체 이니마 인수, 한화케미칼의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 삼성전자의 스웨덴 칩센업체 나노라디오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CSR 모바일 부문 인수, 성우하이텍의 부품업체 WMU 인수, 포스코의 TE슬로바키아 지분 인수 등 부동산 거래를 제외하면 유럽기업 사냥 성과는 손으로 꼽힐 정도다.

지난해 성장동력이 필요한 국내 대형 조선사들도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M&A를 추진했으나 가격이 맞지 않거나 부실 정도가 심해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기업의 유럽 M&A 규모는 건수로 일본의 5분의 1, 액수로는 중국과 일본의 20% 미만에 그쳤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값싼 매물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무리해서 인수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내 대기업의 유럽 법인들이 여전히 부진한 실적을 내는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는 기회상실의 우려가 더 크다.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롤랜드버거 스트래티지 컨설턴츠(Roland Berger Strategy Consultants)의 이석근 서울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10월 한 세미나에서 "경기 회복 조짐과 불확실성 감소가 예상되는데 더 이상 유럽기업 매물의 등장과 가격 하락 기대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핵심 기술이나 브랜드 등을 갖춘 우량 매물 기업들이 아시아나 미국 기업의 인수 경쟁으로 곧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실기하기 전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유럽기업 사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기업에 대한 부진한 인수성과는 한국기업의 내부 개발 선호경향, M&A 등 과감한 성장전략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 유럽시장 이해 부족에 따른 불안감 등이 작용한 영향이라고 이 대표는 분석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대기업의 유럽법인들이 일부 부실해지거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유럽기업 사냥에 일종의 공포감이 있는 듯 하다"며 "유럽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계속 침체된다면 모르겠으나 가격 메리트가 너무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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