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발언은 아니지만 놀라웠던 것은 이 말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와 같이 재정 위기를 겪는 국가가 아니라 긴축과 인플레이션 억제에 주력했던 대표적 매파 독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독일 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17일 경제지표가 정당화한다면 ECB가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유로화는 1% 넘게 곤두박질 쳤다. 전문가들은 바이트만 총재의 발언을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리처드 제람 싱가포르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이트만 총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대열에 합류한다면 ECB가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5월이나 6월에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달 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향후 경제 지표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경기를 부양할 준비가 있음을 내비쳤을 때도 시장은 그다지 고무되지 않았다. 그가 종종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비슷한 발언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트만 총재는 금리 인하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크레디트 아그리꼴의 미툴 코테차 수석 연구원은 "시장이 ECB의 금리 인하 범위에 대해 불확실해했고 ECB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더라도 당장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면서 "이제 ECB 당국자들이 금리 인하를 직접 언급한 데서 사안의 시급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근 유로존의 경제지표는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을 싣는다. 독일의 민간 경제 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발표한 4월 경기기대지수는 36.3으로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1분기 유럽의 신차 판매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0%나 감소했다.

미즈호 코퍼레이트 은행의 비쉬누 바라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경제가 아직 침체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므로 ECB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데 독일 경제가 둔화할 우려가 있다면 이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