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올 2월에 청산된 부실채권정리기금 등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조성된 각종 기금과 펀드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완충역할을 했으나 '혈세 낭비', '도덕적 해이 조장', '기금 만능주의' 등의 비판도 뒤따랐다.

따라서 상시 구조조정을 위한 부실채권(NPL) 시장 활성화가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29일 "많은 전문가가 현재의 세계 경제시스템에서는 주기적인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는데, NPL 시장이 활성화돼야 위기 시 국가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고 공적자금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도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민간 자산관리회사(AMC) 등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NPL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 발생시 민간 AMC 등으로는 쏟아지는 NPL을 처리하기 어려운데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공적보증기금의 증가하는 NPL 관리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 AMC시장도 2개 대형사가 가격과 수량을 통제하는 과점적 구조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3일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NPL 규모는 18조3천억원, NPL 비율은 1.32%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가했다가 2010년 이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UAMCO나 우리F&1 등 민간 AMC가 이 정도는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제2금융권의 NPL을 처리하는 데는 부족하고 그나마도 한꺼번에 인수해 소규모 매각하는 형태로 유통시장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UAMCO나 우리F&I가 시장의 70%를 점유하면서 경쟁적 시장 구조도 아니다.

또, 공공보증기금 중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보와 기보, 지역신보의 NPL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기에 공적보증기관의 경우 보증대출에 대해 채무조정이 어려워 채무 기업이 회생하는데 곤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안을 제시했다.

그는 공적 AMC가 민간 AMC와 경쟁할 수 있도록 입찰 참여 등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위기 시에도 NPL을 처리할 투자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 NPL의 경우 관리를 일원화해 처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NPL 처리 경험이 많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역할이 중요하다.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해 111조6천억원(채권원금 기준)을 국제입찰과 ABS 발행, M&A 매각 등으로 정리해 47조9천억원을 회수했다. 총 투입대금 39조2천억원 대비 8조7천억원을 추가로 걷어 122%의 회수율을 기록했다. 현재도 구조조정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자체 계정에서 NPL을 인수하거나 공공 자산 위탁 매각이나 개발 업무도 수행 중이다.

또, 심포지엄에서는 토론자들이 캠코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바이아웃펀드(경영권 인수 목적의 PEF)의 운용사(GP) 역할을 하고, 기업 회생절차 과정에서 캠코가 대주단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M&A 등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금융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이에 대해 "NPL 시장 활성화에 캠코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고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비단 NPL 외에도 M&A 활성화 등 상시 구조조정을 위한 시장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NPL 인수를 위한 투자자를 육성해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아직 너무 적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세제 혜택 등 과감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고 여기서 캠코도 일정한 역할을 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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