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STX그룹이 해운과 건설, 에너지(발전사업)를 떼어내고 '㈜STX-STX조선해양-STX중공업ㆍSTX엔진'으로 재편된다.

해외 조선부문도 매각을 추진하면서 STX그룹은 사실상 국내 조선 부문으로 재기를 모색해야 한다.

IB 업계 등은 6일 STX그룹이 조선업만으로 정상화되려면 결국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한 업황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차입금이나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도 조선업황이 계속 부진하면 미봉책에 그치기 때문이다. STX다롄, STX핀란드, STX프랑스 등 해외 조선소와 STX에너지 지분 매각대금도 남아있는 계열사의 재무 개선에 사용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또, 매각 후에도 STX중공업과 STX엔진의 실적을 위해서는 거래 관계를 유지되도록 협상이 필요하다.

연합인포맥스의 기업 재무지표(화면 8108, 8109)를 보면 연결기준 STX와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큰 폭의 영업적자를 냈고 STX조선해양은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영업이익을 냈으나 계열 매출 비중이 높다.

선박엔진 부품과 선박기자재 등을 주요 제품으로 생산하는 STX중공업은 매출의 95% 이상(STX메탈과의 합병기준)을 STX엔진 등 그룹 내 계열사에서 내고 선박엔진 제작을 핵심으로 하는 STX엔진도 매출의 35% 정도를 그룹 내에서 거두고 있다.





*매출액ㆍ, 영업이익은 2012년 누적, 부채비율ㆍ 순차입금의존도는 2012년 말 기준



STX그룹 측은 해외 조선소 매각으로 최대 2조원, STX에너지 지분(43.15%) 매각으로 4천억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현재 STX그룹의 차입금을 고려하면 매각 대금은 대부분 빚 갚는 데 쓰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조선업황 부진으로 조선소 매각이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고 STX에너지 지분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대주주(50.1%)인 오릭스로부터 지분 6.9%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나 오릭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관심사항이다.

일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에 대해 채권단 동의를 거쳐 실사 후 정상화 방안과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실사 결과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되면 자율협약이 중단될 수 있으나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나 조선부문만 남기는 구조조정 노력 등을 고려해 채권단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정밀 실사가 진행 중이고 STX건설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STX팬오션은 매각 실패 후 산은 PEF에 매각될 전망이다.

그러나 채권단의 판단에도 조선업황 전망은 중요하다.

지난해 조선 수주잔량이 10년 만에 최저를 보일 정도로 전체적인 조선업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지만 STX조선해양은 최근 잇따라 대규모 탱커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계 4위권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예상대로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회복돼 조금씩 발주가 늘릴 경우 STX그룹은 물론 강덕수 회장도 재기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경기 회복 강도가 약할 것이란 예상이 많아 채권단의 적기 지원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 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불행히도 STX그룹은 해당 업종에 모두 걸쳐있었다"며 "STX 측의 계획대로 계열사 프리IPO와 IPO가 제대로 이뤄졌어도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는데 역시 업황부진에 어쩔 수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기도 어렵게 된다"며 "수주잔량이 많지만 거의 모든 조선사가 저가 수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주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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