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로화 전망이 밝지 않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자 유로존에 대한 비관론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유로화는 지난 몇 달간 유로존의 부진에도 지지를 받았다. 재정이 부실한 회원국들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자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쓰러져가는 유로존 경제를 무시했고 국채 금리는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유로화가 1.30달러를 밑도는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유로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미 달러화 강세 분위기 탓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초 그리스와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게 됐고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하는 등 부채 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근거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신용등급 상향 소식에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고 독일 DAX3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유로존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는 않았다.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0.1% 성장하는 데 그쳐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유로존 GDP가 0.4% 감소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너무 낙관적이다. 2.0% 정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경제 악화는 유로화에 분명히 악재다. 경제가 나빠지면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수 있다. ECB는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금리 인하가 곤란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유로존은 16일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는데 전문가들은 1.2%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꾸준히 지적되고 있듯이 ECB가 금리를 낮추더라도 그 효과가 유로존에 골고루 퍼지지 않는 문제가 여전하다. ECB가 금리 인하로 경제 회복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유로존의 회복은 더욱 요원하고 유로화는 1.30달러에서 더욱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UBS는 유로-달러의 3개월 전망치를 1.26달러로 제시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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