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외환은행 인수대금 지급을 둘러싸고 하나금융지주와 수출입은행, 론스타펀드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총력전을 벌였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미국 법인 인수 승인이 지연되자 윤용로 부회장이 직접 현지로 날아가 미국 금융당국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태그 얼롱(tag along, 동반매도권)에 따라 론스타와 동일한 조건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수출입은행은 낮은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매각 조건을 높였다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대금이 함께 커지며 '먹튀'를 도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대금을 받기 한참 전부터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기 시작했다. 여론 악화에 따라 부담을 느끼고 한국 금융시장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이날 론스타와 수출입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대금을 지급한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매각하는 론스타에는 2조240억원을 건넨다.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한 3조9천156억원에서 세금 3천916억원을 원천징수한 후, 지난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대출한 1조5천억원을 제한 금액이다.

외환은행 지분 6.25%를 매각하기로 한 수출입은행에는 4천797억원을 지급한다.

수출입은행이 태그 얼롱을 행사하는 데 따라 매각 조건은 동일하다. 주당 1만1천900원을 같은 날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은 론스타 '먹튀' 논란을 의식해 인수대금 지급 지연 이자를 포기했다.

당초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대금 납부가 늦어지면 하나금융에 한 달에 100억원씩의 지연 이자를 물리기로 계약했다.

수출입은행도 태그 얼롱에 따라 같은 조건으로 지연 이자를 계약 조항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론스타가 받는 인수대금이 증가하지 않도록 지연 이자를 받지 않기로 했다.

태그 얼롱이니만큼 수출입은행이 지연 이자를 포기하면 론스타에도 같은 조건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한 후 5거래일 내에 론스타에 인수대금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던 하나금융은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며 애를 태웠다.

하나금융은 미국과 홍콩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현지법인에 대한 인수를 승인하는 대로 론스타와 수출입은행에 인수대금을 건넬 예정이었다.

금융위 승인이 지난달 27일 내려진만큼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바로 이어졌다면 지난 3일까지는 인수대금 지급이 완료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은행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라 지연되며 인수대금 지급도 미뤄졌다.

외환은행은 미국에 예금업무는 하지 않고 기업여신 등만 담당하는 비은행 계열사를 설립했다. 미국 법률상 원칙적으로 하나금융과 같은 금융지주회사는 비은행업무를 하는 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다만 은행업무와 매우 밀접하게 연계된 업무를 하는 경우에는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윤용로 부회장이 지난 2일 뉴욕을 방문해 미국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승인을 위한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이 애를 썼지만 미국 금융당국은 금융위 승인이 내려진 지 13일이 지난 9일에야 승인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은 수출입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대금 지급 시기를 몇 차례나 늦추는 등 홍역을 치렀다.

론스타는 1년여 전부터 외환은행 지분매각 대금을 미리 원화에서 달러로 환전하기 시작했다. 하나금융과의 계약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거나, 비난이 쏟아지는 한국 시장에서 되도록 빨리 탈출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론스타는 지난해 1월부터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을 통해 약 30억달러어치의 선물환을 매수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한 지 두 달여 지난 시점이었다.

론스타는 최근에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지분매각 대금을 지급하기 전부터 미리 씨티은행 등을 통해 달러를 사들였다.

금융위 승인과 함께 미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내려지고 하나금융이 론스타와 수출입은행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대금을 건네며 1년여간 지속된 이들의 '수싸움'은 막을 내렸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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