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감독원 임직원이 검찰 수사를 받은 후 무죄로 풀려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금감원 고위관계자가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권인원 부원장보는 이 글을 통해 "금감원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아무리 억울하다고 소리쳐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면서 "금감원이 '누가 뭐래도 너는 믿는다'고 할 정도의 강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로 주목받은 알앤엘바이오로부터 회계 감사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남 금감원 연구위원이 지난 11일 무혐의 석방됐다.

그는 검찰이 거짓말탐지기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고, 알앤엘바이오 고문도 '배달 사고'를 냈다고 자백함에 따라 자유의 몸이 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 12일 이례적으로 '금감원 간부, 배달 사기극에 의한 억울한 구속임이 확인되어 석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금감원 직원들의 '검찰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이후 금감원은 김중회 부원장, 박광철 부원장, 김장호 부원장보 등 8명이 저축은행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또는 재판을 받았으나 모두 무죄로 판명됐다.

2007년 1월 이른바 '김흥주 로비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던 김중회 전 부원장은 6개월 만인 그해 7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광철 전 부원장은 코스닥등록업체 대표인 이모씨에게 유상증자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2009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1년10개월 만이었다.

2011년 4월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업무편의 청탁과 함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김장호 전 부원장보는 지난 6월 서울고법으로부터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려 2년2개월이 걸렸다.

검찰 수사로 금감원이 쌓아 온 신뢰에는 금이 갔다. 검찰 수사를 받은 때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무죄로 판명될 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권인원 부원장보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불신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실 여부를 볼만한 생각의 여유가 조금도 없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00년 발생한 '정현준 게이트'를 예로 들었다.

권 부원장보에 따르면 당시 정현준 씨가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뇌물로 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평창정보통신의 2천여명 주주 가운데 금감원 임직원과 이름이 같은 사람이 무려 123명에 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권 부원장보는 그러나 금감원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 수준의 청렴성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너(금감원)는 믿는다'는 강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우리가 신뢰를 회복하는 그날, 진실을 감췄던 '불신의 벽'도 걷힐 것이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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