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애플이 최근 대중교통 기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업체인 엠바크를 인수했다. 애플은 올해 지도와 위치 기반 기술업체만 4곳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해 실망스러운 자체 지도 앱을 내놓은 애플이 다분히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을 의식한 행보다. 애플과 구글의 경쟁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페이스북도 이달 중순 음성인식 업체인 모바일 테크놀로지스 인수를 밝히는 등 애플과 구글 간의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도 M&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한 지 오래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MS는 노키아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IT업체의 인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네이버는 어떤가.

최근 2~3년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쏠쏠한 M&A 실적을 신고하고 있으나 하드웨어 분야가 대부분이다. 소프트웨어 쪽을 포함해도 건수와 규모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

간혹 인수실적을 신고해왔던 네이버는 국내 독점적 지위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에 집중할 뿐 M&A 시장에서는 주요 고객이 아니다. 최근에서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부쩍 M&A에 신경을 쓰고 있기는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엠스팟을 인수했고 한 달 만에 스웨덴의 무선 랜 칩셋 개발업체 나노라디오도 사들였다. 그 해 7월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CSR사의 모바일 부문을 분할 인수했고, 12월에는 미국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올 5월에도 스마트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멀티스크린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인 모블을, 지난달에는 TV방송과 동영상을 실시간 재상하는 스트리밍 장체업체 박시를, 이달에는 제일모직과 함께 노바엘이디를 각각 인수했다.

경쟁사인 샤프와 팬틱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LG, LG화학과 함께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발전용 연료전지 원친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를 시작으로 올해는 스마트TV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HP사의 웹OS를 인수했다. 또 LG CNS로부터 자동차 부품 설계와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V-ENS를 인수합병했다.

LG전자는 도곡동 소재 오피스빌딩을 매입하는 부동산 거래도 신고했다.

물론 공시 요건이 안돼 양사가 신고하지 않은 거래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괄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으나 삼성전자는 대체로 작고 기술력 있는 기업을, LG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 쪽에 초점을 맞추고 M&A를 진행해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표 IT기업의 타 기업 인수는 해외 IT 업체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리브코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지난해 M&A 계약 16건으로 가장 많은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다. 심지어 치열한 경쟁관계이 있는 애플과 구글은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해 코닥의 디지털 캡쳐 기술과 이미징 관련 특허를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일부 거래는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M&A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HP도 M&A를 성장동력 수단으로 삼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글로벌 IT업체들은 사냥에 여념이 없다"며 "그러나 국내 기업은 아직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같이 가야 한다"며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 계획을 밝혔지만, 정신없이 발전하는 IT기술을 고려하면 M&A를 통해 변화 속도를 주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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