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그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졌다.

최 이사장 후보자는 금융투자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아 이를 타개할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래소 조직을 추스르고 내부개혁을 앞당겨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은 지난 26일 거래소 주주총회에서 총 80.66%의 득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거래소 이사장 단독후보로 거듭났다.

최 후보자는 10명이 넘는 이사장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이미 사전 검증을 충분히 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큰 이변이 없는 한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청와대 임명절차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 단독 선임된 직후 자본시장을 살리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가장 우선한다는 원론에 충실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 이사장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자본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말에는 급격히 위축된 주식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은 일평균 거래량이 3조원대로 주저앉으면서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1조원 이상이 감소했다.

거래대금 감소 속에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회계연도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 쳐 브로커리지 외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투자업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을 때 거래소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원활한 정책파트너로서의 역할이 시급해졌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최근 잇달아 사고가 터진 거래소 전산망 문제와 관련된 언급이다.

거래소는 지난 7월 정전 때문에 해외선물 거래가 중단됐고 이번 달 들어서도 지난 12일 1시간여 동안 주식 체결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투자자들이 믿고 거래할 환경을 책임져야 하는 거래소가 전산사고를 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

최경수 이사장 후보자는 취임 직후 거래소의 IT인프라를 점검하고 보다 나은 투자 제반여건을 서둘러 구축해야할 책임이 있다.

또한 최경수 이사장 후보자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노동조합의 선임 반대 투쟁 등 헤쳐나가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최 후보자는 현대증권 시절 노조와 사이가 껄끄럽지 못했다는 평가에 시달리기도 해 이를 극복해야 하고 정부의 낙하산 논란은 실력으로 불식시키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증권사 한 임원은 "정부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사장으로서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보여주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면서 "거래소를 중장기적으로 잘 이끌려면 노조와의 관계도 잘 다독거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후보자는 선임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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