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범LG家'인 LG그룹(LG상사)과 GS그룹(GS에너지)이 STX에너지 인수를 위한 경쟁입찰에서 손을 잡았다. 전략적 투자자(SI) 간의 컨소시엄은 적은 비용 부담으로 서로 부족한 인수 시너지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구나 양 그룹은 LG화학과 GS에너지를 앞세워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도레이첨단소재에 가격에서 밀렸다. 뒤늦게 '기술유출'이라며 애국심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두 곳 중 한 곳은 '얼마 더 주겠다'며 판 뒤집기를 시도하기도 했었다.

절치부심한 LG와 GS가 STX에너지 인수에 적극적인 조건을 내걸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상대가 하필이면 M&A 경쟁입찰에서 항상 상대가 깜짝 놀라는 가격을 써내는 포스코그룹(포스코에너지)이다. 삼천리의 에너지 계열 삼탄도 만만치 않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말 마감된 STX에너지 본입찰에 LG상사와 GS에너지 컨소시엄, 포스코에너지, 삼탄이 참여했다. STX에너지 지분을 인수했다가 내놓은 오릭스는 보유 지분 96.35% 가운데 적어도 60% 이상을 매각할 방침이다.

가격은 7천억원에서 1조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그룹 수뇌부의 결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LG와 GS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것은 양측의 인수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컨소시엄의 주도권은 GS에너지가 갖는다. 아무래도 집단에너지와 발전사업의 노하우를 가진 GS에너지의 인수 시너지가 크기 때문이다. 자원개발 투자로 유연탄광을 보유한 LG상사는 공급처 확보를 노린다.

구체적인 지분율 분배 등 협상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로 미뤄뒀다.

양측의 결합으로 자금 부담도 덜었다.

올 상반기 말 연결기준 LG상사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약 6천700억원, GS에너지는 약 4천200억원이다. 재무 완충력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LG상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211.7%, 32.54%로 다소 높지만, 상사라는 특성과 그룹의 신용도를 고려하면 차입에는 문제가 없다. GS에너지의 경우 부채비율이 41.2%에 불과했고 차입금의존도는 25.1%였다.

단독으로도 차입에는 문제가 없다. 더구나 컨소시엄 구성으로 자금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LG와 GS의 조합이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는 공식은 아니다. 양 그룹이 최근 몇 년 새 부쩍 M&A에 힘을 내고 있으나 대부분 중소형 규모다. 밸류에이션과 일정한 프리미엄에서 크게 벗어나는 베팅을 하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상대가 포스코그룹이라는 점도 변수다.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포스코에너지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1천억원대에 불과했고 부채비율은 173.2%, 차입금의존도는 50%였다. 보유 현금과 차입여력이 모두 열세다.

그러나 포스코는 M&A 경쟁입찰에서 대부분 높은 가격을 써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GS와 컨소시엄을 꾸리려다 실패했는데 GS 측은 당시 '쏘나타를 6천만원 주고 살 수 없다'는 말로 포스코의 무리한 베팅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형 딜에서 포스코는 막강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CJ가 이러한 포스코를 의식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가격을 써낸 사례도 있다.

물론, 재무개선에 나선 포스코그룹의 사정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베팅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삼탄도 삼천리와 함께 막강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수익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웅진케미칼 인수전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을 따돌리는 복병이 될 수도 있다.

M&A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베팅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LG와 GS가 손잡은 만큼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포스코 측이 과거와 같은 베팅력을 보일지, 사실상 무차입일 정도로 막강한 삼탄 측이 높은 베팅을 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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