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2009년 1월14일에 사장으로 취임한 이석채 KT 회장은 이튿날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당시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경영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고 방통융합, 유무선 통합 등 신성장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이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적어도 이 회장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비핵심 계열사와 부동산을 매각했고 합병으로 사업적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꾀했다. 의외의 인수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일 "실적 및 재무개선 부진이라는 KT의 현주소는 구조조정과 M&A 자체보다는 롱텀에볼루션(LTE) 실기 같은 사업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2개월여만에 KT와 KTF 합병을 속전속결로 이뤄내고 같은 해 6월 통합KT를 공식 출범시켰다. 올리브나인과 KT FDS, 도레미음악출판사도 차례로 매각했다.

옛 전화국 매각도 꾸준히 추진했다. 취임 후 첫 두 해에 330억원 이상의 건물과 토지를 팔았다. 본격적인 부동산 관리와 정리를 위해 2010년에는 KT 에스테이트와 KT AMC를 세웠고 2011년 이후에도 KT노량진지사 등 20개 빌딩, 명일동 빌딩 외 7개 오피스 등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해 수천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제조 업체인 KT테크를 인수한 후 청산하는 사업 조정도 단행했다.

KT가 구조조정만 한 것은 아니다.

금호렌터카, 비씨카드, 엔써즈, 스카이라이프, 옴니텔 차이나(지분)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올해 들어서도 튀니지텔레콤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임기 내내 해외 진출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그 결과 미디어와 콘텐츠, 금융, 렌탈 등 비통신 부문이 통신 부문 실적 부진을 일부 상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LTE 실기로 가입자 수에서 3위로 밀린 후 LTE-A 서비스도 늦게 시작한 KT는 통신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라는 외적 요인 말고도 경영상 판단 착오에 대해서는 IB 업계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분기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호실적을 거둔 반면 KT만 부진한 성적표를 내보였다. 재무안정성 지표에서도 순차입금의존도는 2010년 말 29.9%에서 28.7%로 약간 낮아졌으나 부채비율은 2010년 말 137.3%에서 156.0%로 오히려 높아졌다.

유무선통합, 비핵심 자산 및 계열사 매각, 비통신 부문 성장 등 성과를 무시할 수 없으나 정작 실적과 재무에서는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셈이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사업 조정 방향은 옳다고 보는데 사옥매각과 계열사 편입, 주식 인수, 계열사 투자 등과 관련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이 회장이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며 "매각의 경우 경영상 판단에 따라 손절도 있을 수 있는데 법적 판단이 애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LTE 실기에 따른 실적 부진 때문에 사업 조정 성과가 가려지는 것 같다"며 "실적 부진을 따지자면 그동안 꾸준히 낙하산을 내려 보낸 정치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이 회장이 단기 실적에 초조한 나머지 사업 조정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전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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