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웅진과 STX, 동양그룹이 그룹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계열사와 자산을 팔거나 내놓는 과정에 있는 가운데 최근 동부그룹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매각 목록을 보면 동부그룹과 채권단은 생각은 명확했다. 시장에서 팔리는 자산을 내놓고 조기에 앞선 기업집단들의 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만큼 인수 주체들이 알짜 자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우량물에만 수요가 몰리는 회사채 발행시장처럼 호불호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는 게 25일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웅진계열 딜이 좋은 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패스원, 웅진식품, 웅진케미칼을 팔았다. 웅진코웨이는 입찰 경쟁 끝에 MBK파트너스를 새주인으로 맞았고 웅진패스원은 KG그룹-스카이레이크에 팔렸다. 웅진식품은 한앤컴퍼니, 웅진케미칼은 도레이첨단소재를 각각 인수자로 정해 딜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매각 대금이 유입되면 빚을 대부분 갚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끝낼 수 있다.

STX그룹도 STX에너지 매각 흥행에 성공하며 GS에너지와 LG상사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매각에 거듭 실패한 STX팬오션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다른 계열사의 경우 일부 자산을 쪼개 팔거나 먼저 구조조정부터 진행해야 했다. 조선과 해운업황 부진으로 주인을 찾기 어려운데다 취약한 재무구조, 계열 채무보증으로 매각조차 시도하기 쉽지 않았다.

동양그룹은 동양생명 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동양매직, 동양파워 등 알짜 계열사 매각을 실기하면서 결국 위기를 맞았다. 일부 레미콘 공장 등을 매각했으나 유동성 확보에는 미흡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이나 사업 조정 등 다양한 이유로 계열사 정리에 나선 10대그룹들도 마찬가지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열사들은 무리하게 매각하기보다는 합병 후 청산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 예상되는 잦은 매각 실패는 그룹 명성에 생채기만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자동 오피스와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한 동부그룹도 동부메칼, 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당진발전소는 물론 김준기 그룹 회장이 애지중지하던 동부하이텍까지 추가로 내놓았다. 채권단의 요구도 있었으나 팔리는 자산을 미리 매각해 위기설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M&A 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비록 조속한 매각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단 채권단 도움으로 SPC(특수목적회사)에 자산을 넘기는 방법을 쓰겠지만, 일단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라며 "그만큼 매각에 성공하려면 알짜 자산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모투자펀드(PEF)들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매각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부실 자산은 단독 인수자에 아주 싼 값에 팔거나 분리 매각 또는 청산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량한 계열사나 자산도 제값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일부 붙어 있는 부실 부문을 털어내고 반대로 깨끗한 매각 대상을 패키지로 묶는 노력 등이 필요할 정도"라며 "회사채 시장과 마찬가지로 M&A 시장도 점차 우량과 비우량이 확연히 구분될 것"으로 내다봤다.(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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