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서울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그 파장이 국내 주식시장에까지 전이될지 주목된다.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의 매매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일 전 거래일보다 21.19포인트(1.09%) 떨어진 1,919.9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는 어느 정도 노출된 재료라는 시장참가자들 인식 속에 이날 코스피는 급락세를 피해가긴 했으나, 서울외환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불안감을 떨쳐내진 못했다.

같은 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 거래일 대비 14.10원 급등한 1,084.50원에 거래됐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코스피보다 서울환시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달러-원 환율 상승은 국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자극하는 변수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 매도를 서두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은 원화자산이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188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매도하면서 달러화를 확보하려하면 달러-원 환율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신흥국에 주문했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일부 신흥국 등에게 미칠 출구전략의 영향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 "취약 신흥국의 금융위기에 따른 2차 충격에 (국제금융시장이)전염될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국제투자자들의 시각은 한순간에 돌변할 수 있다는 1997년과 2008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한 발언으로 코스피 안정을 바란다면 외환시장의 안정이 우선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달러-원 급등을 기업실적 개선 재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달러-원 상승이 수출 업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주고, 코스피 상승에도 우호적인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일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1,900선을 이탈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은 미미하다"며 " 현재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악재와 미국 테이퍼링에 대한 불안이 겹쳐 시장이 악재만 인식하고 있지만, 환율을 비롯한 경기 회복은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상황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임 팀장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 불안과 미국 테이퍼링 이슈가 겹쳐 달러-원 환율이 1,080원 선을 돌파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국내 증시에 호재다"며 "당분간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 흐름을 이어가면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지난 4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팀장은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와 미국의 테이퍼링에 의한 국내 금융시장 영향은 단기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우호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이탈은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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