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동서발전 회사채 10년물 금리 보세요. 다들 패닉 상태입니다"

5일 실시된 한국동서발전의 회사채 입찰에서 10년물 금리가 강하게 결정되자 증권사 회사채 인수 담당자들 사이에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금리가 너무 쎄서 남겨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볼멘소리도 들렸다.

동서발전은 5년물 1천억원과 10년물 2천억원 등 총 3천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발행금리가 동일 만기의 국고채 금리에 각각 25bp와 16bp 가산된 수준에서 낙찰됐다.

이는 입찰일 전일 기준 동일 등급(AAA), 만기의 민평금리에 비해 16bp와 15bp 낮은 수준이다.

특히 10년물 금리는 한국전력,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공사채와 같은 수준이고, 산금채(이표) 보다도 낮았다.

5년물 금리도 지난해 11월 발행 당시 스프레드가 38bp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폭 낮아졌다. 당시에도 일본계 자금이 강하게 들어오면서 스프레드가 줄었다는 말들이 많았다.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담당자는 6일 "금리가 이처럼 낮아질 줄 아무도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시장 관계자들은 "동서발전 회사채가 장기 우량물이어서 보험사와 연기금 등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려는 증권사들의 과열 경쟁이 스프레드를 줄이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실제 10년물을 10개 증권사가 쪼개서 가져갔다.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증권이 각각 400억원, 300억원을 인수했고, 부국과 삼성증권이 200억원씩, 대신ㆍ키움ㆍ한양ㆍ한화ㆍ하이투자증권이 100억원씩 받아갔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동서발전이 당초 5년물, 10년물과 함께 7년물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10년물 수요가 많다 보니 10년물 발행량을 늘렸고 경쟁이 더 치열했다"고 전했다.

금리가 워낙 낮게 형성되다 보니 증권사들이 챙길 수 있는 수수료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험사 등의 수요가 있어서 다행히 인수 뒤 곧바로 매출할 수는 있었지만 남은 것(수수료 수익)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증권사 간 '자발적 수수료 녹이기' 경쟁이 동서발전 회사채 입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제살깎아먹기식의 경쟁이 다시 재연됐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 담당자는 "4월부터 금리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는데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다소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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