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이 투기수요 유입에 과열 양상을 보입니다. 3.3㎡당 분양가는 4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5천만 원을 넘보고 있습니다. 실거주 수요자는 주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찾더라도 더 비싼 가격을 내야 하는 처지 입니다. 정부는 시장에 맡길 일이라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연합인포맥스는 분양권이 빚어낸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았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서울 강남권 분양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됐다.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채 청약을 넣고 계약 이전 분양권을 매도해 수익을 거두는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준 정부는 불법전매 단속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시장과열을 사실상 방관했다.

27일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반포자이 아파트는 분양 계약 완료 뒤인 지난 2월 68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3월 거래량도 10건에 달했다.

전매 허용 단 두 달 만에 전체 공급물량 607가구의 13%가량이 손바꿈했다. 평균 37.8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 6일 만에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실거주 수요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택청약에 투기를 부른 원인으로 선분양제도와 분양권 전매를 지목했다.

선분양제도에서 청약자들은 금전적 부담 없이 청약을 넣고, 당첨 후에는 계약하지 않고 분양권을 팔아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당첨자가 내는 계약금을 콜옵션 프리미엄(가격)으로 볼 수 있는데, 심지어 계약금이 없어도 차익을 누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계약 이전 분양권 전매는 불법이지만, 당사자 간 각서를 쓰는 방식 등으로 분양권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은 시장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수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청약이 진행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일반분양분 전매가 가능한 계약 시점 이전부터 2천만~5천만 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현행법상으로는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문제는 정부 단속에 걸려 벌금을 무는 경우는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분양권 불법전매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또는 경찰에 공문을 보내 단속을 독려하고 있지만,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의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은 올해 초 강호인 장관의 발언에서도 예견됐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고분양가와 관련해 "고급 계층을 대상으로 비싸게 받는 것을 하지 말라는 건 지나친 것"이라며 "시장에서 수요자, 공급자가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규제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이나 전국적으로 번져 악영향이 예견될 경우에는 비상수단을 쓰겠지만, 일시적 현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것은 내버려 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주택법 38조 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중 대통령령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주택시장 전문가는 "강남권 분양시장은 항상 웃돈이 붙어왔기 때문에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다"며 "이러한 점을 활용해 조합, 건설사 등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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