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중국 2위 부동산 업체인 항대부동산(에버그란데, 03333.HK)이 최근 중국만과(000002.SZ) 등 A주 상장사 지분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항대부동산의 지분 매입 자금은 대부분 주식투자로 수익금인 것으로 보인다.

9일 펑파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항대부동산은 최근 중국만과 외에도 랑방개발(600149.SH), 가개성(000918.SZ) 등 A주 상장사의 지분을 대규모로 인수했다.

항대부동산이 가개성에 보유한 지분은 52.78%며 랑방개발은 15%다. 중국만과에 확보한 규모는 5%로 4대 주주다.

◇지분 확보 자금은 주식 투자 수익일 가능성 커

항대부동산이 최근 3개 회사의 지분 매입에 쓴 자금은 176억위안(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측은 이를 단순히 내부 보유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중국 언론 21세기경제보도는 지분 확보 자금이 주식에 투자해 얻은 수익일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항대부동산이 최근 몇 년간 A주와 H주에 투자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항대부동산은 지난해 중국 증시가 폭락하기 전 지분을 처분하는 등 투자에 성공해 134억위안(2조2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산된다.

◇동시다발적 주식 매입 의도는?

항대부동산의 동시다발적인 A주 매입 의도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업계 인사들은 가개성 인수는 우회 상장이나 마찬가지라며 항대부동산이 홍콩 증시에서 상장 폐지를 하거나 양 증시에 동시 상장한 체제를 갖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항대부동산은 또 랑방개발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공식적으로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의 약칭) 일체화 사업에 관심이 있으며 랑방개발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징진지일체화는 해당 지역의 교통을 연결하고 베이징의 도시 기능을 분산하는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랑방개발이 징진지 지역에 토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항대부동산이 이를 노렸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대부동산은 지난 4일 기준 랑방개발의 지분 15%를 확보해 1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원래 최대주주였던 랑방홀딩스는 9일까지 지분을 15.3%로 늘려 다시 1대 주주가 되는 등 현재 지분 확보전이 치열한 상황이다.

지분 싸움에 주가가 폭등하자 랑방개발은 10일 상하이거래소가 항대부동산 측에 인수목적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며 답변이 있을 때까지 주식 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 항대부동산은 최근 중국 최대의 부동산 업체인 중국만과의 4대 주주로 등장했다. 일부 언론은 항대부동산이 바오능그룹과 손잡고 중국만과의 경영권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항대부동산의 최종 목적은 부동산 업계에서 회사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대부동산 계열이 현재 지분을 보유한 상장 기업은 최근 이슈가 된 기업 이외에도 동완굉원공업단지(000573.SZ), 등달건설그룹(600512.SH), 지광전기(002169.SZ) 등 대부분 건설·부동산 관련 기업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지분확보는 비싼 가격에 직접 토지를 확보해서 사업을 하는 것보다 사업 확장에 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평안증권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유동성 긴축이 아니라 토지 확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는 또 현재 중국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분산돼 있어 다른 부동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업계에서 발언권을 확대하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부동산 업계 1위인 중국만과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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