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선전증시와 홍콩증시를 연계하는 선강퉁이 후강퉁 시행 거의 2년 만에 마침내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국무원이 선강퉁 시행 방안을 비준했다고 밝혔다.

2014년 11월 후강퉁이 시행된 지 거의 2년만으로 선강퉁 시행으로 작년 증시 폭락으로 얼어붙은 외국인 투자 심리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선전증시 880개 종목 투자 가능해져…총액 제한 없어

선전증시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주식시장으로 시가총액만 3조1천600억 달러에 달한다. 상하이의 시가총액인 3조8천700억 달러와 합치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시장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개방된 셈이다.

상하이증시가 국유 은행과 에너지 관련 기업 등 대형 종목으로 구성됐다면, 선전증시는 IT, 제약,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 산업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선전증시에는 IT 관련 비중이 20%에 이를 정도로 기술 관련 산업이 많으며, 선전에 상장된 종목은 총 1천790개로 상하이(1천110개)보다 많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선전증시 종목은 880개에 달한다. 이는 후강퉁으로 상하이에 투자할 수 있는 종목 수인 567개보다 많은 편이다.

리 총리는 선강퉁 시행을 승인하며 선강퉁은 중국 자본시장의 "법제화·시장화·국제화의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맥쿼리의 에르윈 산프트 전략가는 선강퉁의 시행은 자본유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가 끝났다는 점을 시사하는 동시에 "더 실질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강퉁을 통해서 차스닥으로 불리는 촹예반(創業板)에 상장된 200개 종목에도 투자가 가능해진다. 다만 촹예반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는 제한되고 기관 투자자들만이 거래할 수 있다.

거래 한도는 후강퉁과 마찬가지로 선전으로는 하루 130억 위안, 홍콩으로는 하루 105억 위안으로 제한된다. 다만 총액 제한은 없다. 기존 후강퉁의 총액 제한도 폐지되며 후강퉁의 일 거래 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 글로벌 투자자에 장기적 기회…투자심리 회복은 '글쎄'

선강퉁의 시행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훨씬 늘었지만, 작년 중국 증시의 폭락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앙 에번스-프리차드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달간 외국인들은 중국 주식을 순매도해왔다"라며 "작년 주식시장의 혼돈과 미숙한 정책 대응이 본토 주식에 대한 해외 수요에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가 여전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당일 사고파는 데이 트레이딩이 금지되며, 양 시장의 휴일에 모두 휴장하며, 숏 베팅도 금지된다.

왈락베스 캐피털의 일리야 페이진 이사는 "선강퉁이 선전에 투자할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에게 선전은 80년~90년대 약간의 버블과 위험 속에 기회가 있었던 나스닥과 같다"고 말했다.

중국증시는 상대적으로 개인 투자자 비중이 커 변동성이 크고, 정부의 개입에도 노출됐다는 위험이 있다.

또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정부의 구조 개혁 지속 등으로 외국인들이 지속해서 중국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와사츠 어드바이저스의 안드레이 쿠투코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증시가 더 개방됐지만, "부진한 중국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반에크 신흥시장펀드를 운용하는 데이비드 셈플 매니저는 선전에 상장된 기업의 4분의 3가량이 IT, 서비스 등 '신경제'와 관련된 분야라며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식이 많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중국 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의 대니얼 모리스 선임 투자 전략가는 "이번 조치는 중국 증시가 MSCI 지수에 편입되기 위한 또 다른 진전"이라며 "그리고 이는 실제 중요한 의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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