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을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의 책임을 사업자에만 전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통신비 인하 이슈가 법적 공방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이통사를 납득시킬 만한 손실 보전책을 들고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이동통신 3사에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과 관련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 발송은 정부가 사업자에 공식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다.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본격적인 행정 절차가 시작된 셈이다.

과기통신부는 이번 달 안에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 1일부터 할인율 상향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선택약정 할인은 이용자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통신사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정부는 현행 20%에서 25%로 할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신업계는 지난 6월 이런 정책이 발표되자 수천억원의 연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지난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사업자에만 통신비 인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공식 의견을 내는 등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사, 포털 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광석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파수 대가와 전파 사용료 등 각종 기금이 결국 통신비로 충당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주요 이해관계자도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통사들이 납득할 만한 손실 보전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통사들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역으로 국내외 주주로부터 배임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비 인하 이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 주파수 할당 대가 인하,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요금인가제 폐지, 통신요금 부가가치세 폐지, 제로레이팅 도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이 실제로 시행되면 정부는 물론 단말기 제조사, 포털 사업자 등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통신사가 무조건 정부의 요금 인하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현실적으로 적정선에서 요금 인하 협상 타결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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