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온건하고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표방하는 중국이 내년 벽두부터 지급준비율을 대폭 인하한다.

인민은행은 29일 '임시 준비금 운용 메커니즘'을 만들었다며 춘제(春節·중국의 설) 유동성 수요에 대비해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지급준비율을 2%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30일간 지급준비금을 법정 지급준비율의 2%포인트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인민은행은 임시준비금운용 메커니즘의 정확한 개시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2%포인트의 지급준비금 사용할 수 있는 '전국 규모의 은행'이 춘제 유동성 공급의 90%를 차지한다며 이번 조치로 최대 2조위안(327조원)의 유동성이 풀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지난 9월 중소기업이나 농민, 빈곤층을 지원하는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지급준비율을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인민은행은 소기업이나 농업 부문에 대한 대출이 올해 신규 대출액의 1.5%를 웃도는 은행에 한해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춘다고 말했다.

또 이 대출이 당해 연도 총대출의 10%에 달할 경우 0.5%포인트에 더해 지준율을 추가로 1%포인트 인하한다.

인민은행은 당시 대부분의 시중 은행이 0.5%포인트 인하 혜택을 받는 조건은 만족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9월의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로 3천억~7천억위안(49조~115조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두 번의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 효과를 모두 합하면 400조원이 넘는 규모로 '온건하고 중립적인' 인민은행의 공식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무색한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가능성을 계속 점쳐왔다.

글로벌 금리 상승세 속에 인민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시중의 유동성 수요를 외면할 수도 없어 지급준비율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쉬가오(徐高) 광대증권 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올해 주로 시장운영 수단을 통해 본원통화를 보충했는데 그 규모가 갈수록 커졌다"며 "시장운영 규모가 지급준비율을 낮춰서 본원통화를 공급할 필요가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다만 롄핑(連平)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온건과 중립 가운데 강조점은 '중립'에 있다"며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내려도 기준 금리는 낮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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