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란과의 교역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원화결제계좌를 운영하는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이란 관련 무역금융을 중단했다.

유로화결제계좌를 운영하던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달 미국이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할 확률이 높아지자 이란 관련 신용장 매입을 중단했다.

기존에 매입한 신용장으로 진행되는 거래는 오는 11월 8일까지 모두 정리한다.

이란 정부는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대금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둔 후 대 이란 수출대금과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한국과 무역거래를 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란과의 신규 거래가 발생하는 신용장 매입은 중단했고, 기존 거래는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이 지난달 8일 기존 계약 거래 관계를 청산할 유예 기간을 최장 180일 주겠다고 발표한 데 따라 오는 11월 8일까지 정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로화결제계좌를 운영하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결제 시스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이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라가자 유로화결제계좌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미국은 유엔 총회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유로 핵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고 이란을 압박했고 이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이란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유로화결제계좌를 닫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유로화결제계좌는 원화결제계좌와 달리 신용장 매입을 하지 않고 송금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이 송금할 때 '국내은행(원화)→유럽은행(유로화)→이란은행(유로화)' 단계로 이란 기업에 돈이 보내진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종의 외상인 신용장과 달리 송금 방식은 현금 결제라 정리해야 할 기존 거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이란 관련 무역금융은 정부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따라 재개될 확률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산업부 차관을 대책반장으로 하는 이란 제재 대책반을 긴급 개설해 미국과 협의해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은 과거 제재 때도 미국 정부로부터 일본과 인도, 중국, 터키 등과 함께 이란과의 원유 수입과 원화결제계좌 개설을 예외적으로 허용받은 바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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