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 들어 국내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속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활발한 트레이딩에 나섰다. 일부에선 이들의 스윙거래 등 매매행태가 증시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 거래대금 기준으로 외국계 증권사의 점유율이 꾸준히 확대됐다. 코스닥이 부진하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축소했고, 외국인 투자자가 이 공백을 메꾸며 외국계의 점유율도 자연히 높아졌다.

외국계 증권사 중 가장 큰 비중을 나타내는 곳은 메릴린치로 지난 2016년 말 2%대에서 최근 4% 이상으로 점유율이 확대됐다.

증시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증권사는 수년째 키움증권이 차지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뒤를 이어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대형사 순으로 브로커리지 시장을 점유했다.

키움증권을 제외하고는 브로커리지 점유율 10위권 안의 증권사는 자기자본 순위와 일맥상통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브로커리지 점유율 8위에 랭크됐다. 꾸준히 4%대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며 대신증권, 유안타증권보다 앞섰다.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국내 시장에 리테일 기반이 없는 만큼, 자연히 주된 고객은 외국 법인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거래 규모가 늘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점유율도 꾸준히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지수 상승 탄력이 둔화하며 외국계의 매매 전략이 빛을 발했고, 외국계의 거래대금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더해 공매도 수요가 확대된 점도 외국계의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됐다. 올해 전체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공시 건수에서 외국계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96%까지 늘어났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의 스윙 매매가 증가하며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확대된 측면이 일부 있다"며 "특정 종목을 매수한 후 초단타 매도에 나서거나,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후 숏커버링하는 전략을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B 증권사 관계자도 "증시가 부진한 국면에서 외국계의 시스템 스윙 매매 전략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며 "이런 전략은 이미 유명해 일부 투자자는 메릴린치 등 외국계가 국내 증시를 교란한다고 국민청원까지 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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