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한국은행은 미국이 셰일 오일을 발판으로 글로벌 원유시장에 공급량을 조절하는 큰 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중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정책에 따라 요동쳤던 국제 원유시장이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7일 '최근 미국 원유생산·수출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은 지난해 이후 원유생산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글로벌 원유생산 증가를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원유생산량 증가 규모는 각각 52만 배럴과 128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 증가 폭(28만 배럴·116만 배럴)을 넘을 만큼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

2012∼2014년 1차 셰일 붐 이후의 생산량 감축 흐름이 마무리되면서 지난해부터 생산규모가 많이 늘어나며 수출이 급증했다.

생산성 향상으로 손익분기 유가가 하락하고, 두바이유 및 브렌트유에 대한 미국산 원유(WTI)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했다.

주요 수출항이 위치한 멕시코만을 중심으로 송유관·접안시설·저장설비 등 인프라가 크게 개선되기도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에너지 지배' 전략 아래 에너지 증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간 것도 원유생산에 기여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유가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송 인프라 확충 등 공급여건이 개선되면서 미국의 생산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수출 역시 다른 유종에 대한 가격 경쟁력, 이란 등 원유수출국의 공급 차질 등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 따른 중국의 원유수입 축소 움직임에 단기적으로 미국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 같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는 글로벌 원유공급 조절자로서 미국의 역할 강화를 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수십 년간 독점적 공급조절자였던 OPEC은 신규 탐사와 유정 개발 등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부진으로 추가 공급 여력이 축소된 상태다.

북유럽 산유국도 북해유전의 노후화와 부존량 고갈 등으로 원유 증산이 사실상 제한적이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은은 글로벌 원유수출 구조에 있어 기존 중동 및 중남미·유럽 중심구도에서 미국의 비중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다핵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오는 2020년 이후에는 원유 및 석유제품 항목에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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