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세계 6개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조 조치로 엔고현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미국시간) 지난달 30일 세계 중앙은행이 달러 스와프 금리 인하에 공조하기로 한 것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완화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이 지난해 11월 미 국채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후 달러화 매도세가 촉발됐고, 엔화 가치는 일 년 내내 강세를 띠었다. 이번에도 같은 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엔화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9개월간 최고기록을 여러 차례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유럽,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렸기 때문이다.

노무라의 아미쿠라 히데키 외환 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은행들이 중앙은행 창구로부터 빌리는 달러화가 많아질수록 달러화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미쿠라 스트래티지스트는 "여기에 미국 경제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비관론이 가중돼 달러화는 내년 1월 말까지 엔화에 대해 70엔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월 31일 기록한 달러-엔 최저치인 75.31엔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다카시마 오사무 씨티은행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엔화가치가 다시 강세를 나타내면 일본 당국은 또 한차례 엔화 매도개입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정부가 자국의 수출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카시마 스트래티지스트는 달러-엔이 76.00엔 밑으로 내려서면 당국이 환시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모토히사 후루카와 일본 내각부 경제재정정책 대신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엔화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모토히사 대신은 엔고현상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국이 계속 엔고에 맞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당국의 시장 개입이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일본의 시장 개입 여력이 40조엔에 불과하고, 일본 외 주요 7개국(G7) 국가들이 개입에 찬성할지도 불투명한 이유에서다.

일본 당국은 10월 말 총 9조엔에 달하는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다. 그 영향으로 달러-엔은 77.00엔까지 올라갔다.

일각에서는 엔화가치가 소폭 낮아진 점에 대해 유럽 투자자들이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해 달러화를 적극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선물시장에서 달러-엔 차입 비용은 세계 6개 중앙은행이 공조 조치를 발표하기 전보다 최대 1.7% 상승했다.

한편, 지난달 말 준과 영란은행, 캐나다은행,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중앙은행(SNB) 등 6개 중앙은행은 채무 위기로 시중 은행들이 달러화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고 달러 스와프에 적용되는 금리를 1.0%에서 0.5%로 인하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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