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7거래일 만에 1,450원대로 하락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 등 최근 경제 상황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공지한 가운데 당국의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감이 시장의 롱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7.40원 하락한 1,465.00원에 개장했다. 장 중 한때 1,457.00원까지 밀리며 1,460원 선을 하회했다.
지난 17일 이후 처음으로 1,450원대 환율을 본 셈이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1,475원까지 오르자 지난 14일 국민연금과 수출기업 등 외환시장의 주요 수급 주체들과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히며 강력한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해당 거래일 환율은 10.70원 하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17일에는 한때 1,451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환율은 전날 소폭 내리기까지 이후 6거래일 연속 줄곧 오르며 정규장 기준 한때 1,477.00원까지 올랐다.
야간장에서는 1,479.40원까지 오르며 1,480원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당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조선업체 등 주요 달러 공급 주체를 만난 데 이어 국민연금과 주요 증권사 등 해외 투자를 통해 달러를 강하게 매수하는 주체들과 잇따라 만나 환율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기재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발표도 나왔다.
당국이 환율 1,500원 선을 앞두고 전방위로 방어에 나섬에 따라 전날에는 환율은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안 뜸했던 수출기업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네고물량을 일부 출회했으며, 역외에서도 달러 매도가 우위를 나타내면서 환율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고 딜러들은 설명했다.
특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 인하 확률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 점이 환율 하락에 힘을 보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노동시장 하방을 우려하며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전날에는 연준 신임 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참모인 캐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해싯 위원장은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사로 분류돼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뉴욕증시 조정 흐름이 잦아들고 이 덕분에 국내증시 역시 이틀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등 위험선호도 유지되고 있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에 미치는 상방압력은 줄어든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이틀 연속 환율이 다소 큰 폭으로 하락함에 따라 환율이 단기적으로 하방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빠르게 1,470원대로 올라간 만큼 조정이 나오면서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1,450원대에서 하단이 지지될 수 있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이 환율 안정 노력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지, 대기업을 포함해 중견기업들까지 수출네고를 미루는 상황에서 환율 하향 안정화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전날 역외에서 많이 팔았고, 많은 수출업체는 여전히 관망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중견 수출업체 같은 경우는 여전히 레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 물량이 많이 잠겨있는 상황인데 환율이 확 꺾여야 추격 네고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B은행의 외환딜러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는 흐름이 나올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업체들도 일부 달러를 파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달러-엔도 좀 꺾이는 데다 계속 오르기만 했으니 조정을 받으면 1,450원대까지 안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중장기 환율 안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단기적으로 환율은 하락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원화 약세 압력이 여전할 것 같다"면서 "중기적으로 환율 하락 국면으로 가려면 결국에는 국민연금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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