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외로이 증권사만 받던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폭탄을 은행도 함께 떠안기 시작했다. 대응 세력이 다양해졌지만, 서울 채권시장의 안전판이 이전보다 견고해졌다는 인식은 희석되고 있다.

▲ KTB거래량 6주 최고..외국인 낚시 통해 = 24일 연합인포맥스의 3년 만기 국채선물(KTB) 매매동향(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전날인 23일, 외국인은 5거래일 래 가장 적은 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장 마감 때 수치만 보면 외국인의 매도가 다소 진정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외국인의 거래에 국내 기관의 긴장감은 더 커진 모습이다. 10월 금통위의 금리결정일을 제외하면 KTB의 거래량은 지난달 14일 이후 약 6주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이날 전체 거래량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2%가 채 안 돼 지난 7월30일 이후 가장 작았다. 꼬리가 몸통을 제대로 흔들어 많은 거래량을 만들어낸 셈이다.





A증권사의 채권 브로커는 "이날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한 시간여 단위로 매도·매수를 반복하자 국내 기관들이 이를 따라가기 바빴다"며 "외국인이 한 발 내딛으면 국내 기관이 두 발 먼저 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 은행도 매수세 가세..안전성은 글쎄 = 이날 거래량을 늘린 주요 시장참가자는 은행이었다. 한 달 만에 가장 많은 순매수 규모를 기록하며 증권사와 함께 외국인 매도에 대응하는 주축세력으로 떠올랐다. 지난 6거래일간 외국인은 총 4만1천533계약을 순매도했는데 같은 기간 증권.선물사는 2만415계약, 은행은 1만8천337계약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외국인 매도에 대응하는 국내 시장참가자가 다양해졌지만, 서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충격에 대비한 안전판은 크게 견고해지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B국내 은행의 채권 딜러는 "은행의 국채 선물 매수세는 대부분 단기 매매에 치중하는 외국계 은행으로 보인다"며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국채선물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외국인과 함께 매도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C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금 증권사나 외국계 은행이나 외국인이 팔기 전에 먼저 사는 모습은 아니다"며 "특히 외국계 은행은 외국인의 선물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거래도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모습과 계속 동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D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국채선물이야 어차피 제로섬(Zero-Sum) 게임이니 특정한 기관의 호의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국내 기관의 대응 균형이 깨지면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 팀장은 "선물과 달리 현물의 가격 하락이 정체되면 저평가를 노린 선물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현물가와 선물 가의 차이가 벌어진다면 현물 금리 역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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