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원리금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관련해 국제적인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DLS는 독일의 기념물 보존 등재 건물 재건사업에 투자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상품이다.

독일 현지 시행사는 저먼프로퍼티그룹(GMBH; 전 돌핀 트러스트)이, 운용은 싱가포르의 반자란운용사가 담당했으며, 국내에서는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한 5개 증권사와 2개 은행이 이를 발행, 판매했다.

4일 독일헤리티지DLS 피해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엘플러스에 따르면 이 상품의 기초자산인 부동산 펀드의 독일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GMBH)는 영국금융감독원(FCA)과 싱가포르통화청에 투자유의 경고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돌핀트러스트는 각국의 인허가 없이 투자자들 모아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독일 헤리티지DLS를 판매할 때 안정성을 담보하는 요건으로 신용보강 요건을 내세운 회사다.

판매사들은 "2년 뒤에 대상 자산의 인허가나 분양 여부와 무관하게 현지 시행사의 신용(신용보강)으로 원리금을 상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즉, 독일 현지에서 인허가나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시행사가 신용으로 돈을 돌려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로 독일 당국의 인허가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원리금 상환이 지연됐다. 하지만 시행사의 신용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판매 증권사는 시행사가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했다.

싱가포르의 반자란 운용사가 신한금융투자를 방문해 시행사로부터 포괄적 권한위임을 받아 직접 매각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반자란운용사가 직접 매각에 나선다고 해도 언제 상환이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바이어를 구했지만 가격이 잘 안 맞아 매각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독일 투자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글로벌 투자자들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의 독일 헤리티지DLS 투자설명 자료에 따르면 돌핀트러스트는 독일내 기념물 보존 등재건물 재건사업의 마켓 리더로 독일 현지 탑5 시행사라고 소개돼있다.

판매사들은 이 시행사가 2008년 설립 이후 52개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현재 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며, 현시점까지 매입비용과 이자 모두 펀드 만기내 지급했다고 소개했다.

돌핀트러스트가 독일 현지 신용평가사인 D&B, Creditreform, Scoredex로부터 신용평가를 받고 있으며 S&P환산등급 기준 BBB~BB+수준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투자자는 "독일 시행사를 아마존이나 하이닉스와 동급이라고 설명했다"며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투자자들은 실제 독일헤리티지 부동산DLS에서 시행사가 재건한다고 주장한 건물에 대해서도 의혹을 나타냈다.

판매사는 독일 현지 시행사인 돌핀트러스트가 글로벌 평가기관의 감정을 통해 미래 매각가치가 4~5배에 이르는 독일 대도시내 기념물 보존등재 건물에 선별 투자하기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 등 대상자산 선매입을 위한 대출을 실행(펀드의 전환사채 매입), 펀드 명의로 대상자산에 근질권 설정을 한다고 설명돼 있다.

투자자들은 독일 헤리티지 상품 자료 중 소개된 독일 루겐캐슬의 인터넷 영상을 공유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숲 한가운데 주춧돌과 지하실 정도만 남아있을 뿐 제대로 된 건물이 없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영상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며 "다 쓰러진 폐허를 고급아파트로 리모델링을 해서 수익을 올린다고 사람을 기만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국내에서 헤리티지 상품을 판매하기 이전에 독일 시행사가 사기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해외자료가 있다. 국내 금융회사도 독일 시행사의 사기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독일 시행사의 과거 사업수행 자료에서 매입 건물을 리모델링하지 않고 곧바로 매각한 사례가 다수 있다"며 "이는 건물 매입을 위한 투자금이 분양대금으로 상환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엘플러스 법무법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착오, 기망으로 인한 투자계약 취소 및 투자금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판매사들이 판매 당시 투자자에게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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