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달러화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저금리 정책으로 미국 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이것이 미국 경제와 시장에 좋을 것이라는 일각의 설명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엘-에리언은 11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달러 침체 독해하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달러지수가 3월 고점 대비 10%가량 하락한 것은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미 국채와 같은 달러화 표시 안전자산의 수익 감소를 초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자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신흥시장이나 유럽으로 자산이 이동하고 있으며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도 줄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엘-에리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의 무기화나 각종 제재 등으로 외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구매도 줄고 있다며 이에 따라 터키나 레바논 등을 제외하고 달러화가 대다수 국가의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달러 가치 절하는 단기적으로 경제에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 약달러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역내와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광 매출을 늘리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경제와 기업, 나아가 미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기대라고 엘-에리언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컨센서스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며 경제 활동이 코로나로 인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소비를 꺼리고 있고, 미국 주 정부의 절반가량이 경제활동 재개를 중단하거나 일시 연기한 상태라는 점에서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엘-에리언은 설명했다.

그는 더구나 지금의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서 움직이며 현 금융 환경에서는 달러화 절하가 실물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엘-에리언은 달러화 절하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면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서도 기축통화를 대체할만한 통화가 아직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재의 달러 약세는 시장과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흔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달러화 약세는 국제 경제 질서의 더 크고 점진적인 분열의 일부를 시사하며, 그 과정에서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는 요소는 고조되는 세계적인 도전 앞에 국제적인 정책 조율이 놀랍도록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엘-에리언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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