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위안화 가치가 작년 4월 이후 대략 18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의 경제 지표가 글로벌 대비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달러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위안화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당국이 외환시장에 별다른 개입에 나서지 않는 점도 위안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9일 역외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 환율은 오전 한때 6.7017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2019년 4월 22일 이후 가장 높아진 것이다.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이날 오후 12시 44분 현재 0.0324위안(0.48%) 하락한 6.7040달러를 기록 중이다. 달러-위안 환율의 하락은 위안화가 달러 대비 올랐다는 의미다.

국경절 연휴 이후 10월 첫 거래에 나선 역내 달러-위안 환율은 오후 12시 10분경 6.7102위안까지 밀렸다.

인민은행이 이날 기준환율을 지난 30일 대비 0.0305위안(0.45%) 절상한 6.7796위안에 고시한 이후 위안화가 역내외 시장에서 모두 가파르게 절상됐다.

기준환율 대비 역내 위안화는 1%가량 절상된 수준이며 지난 30일 은행 간 거래 마감가인 6.8106위안 대비로는 1.5%가량 절상된 것이다.

역내 위안화는 중국 금융시장이 휴장하는 동안 반영하지 못한 역외 시장의 위안화 강세를 한 번에 반영하면서 절상 폭이 컸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지표도 위안화 절상 흐름을 거들었다.

이날 차이신-IHS마킷이 발표한 9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8을 기록해 전달의 54.0보다 개선됐다. 코로나 19 봉쇄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제조업 PMI는 53.0으로 전달의 53.1보다 하락했지만, 9년 반만의 최고치 수준에서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앞서 발표했던 9월 공식 제조업 PMI도 51.5로 8월의 51.0보다 상승해 중국의 경제가 확장세로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이날 국경절 연휴 동안 중국 관광업계 회복률이 80%에 육박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이후 관광 수요가 상당 부분 회복한 점도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이날 국경절 연휴인 1~8일 동안 중국 전역 관광객 수는 6억3천700만명(연인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광 수입 역시 1∼8일 4천665억6천만 위안(약 79조8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9.9%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날 중국 상하이증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2% 가까이 오르고 있으며, 선전종합지수는 3% 이상 껑충 뛰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외환시장 투자자들이 성장에 있어 중국의 예외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글로벌 성장 대비 나 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위안화는 지난 3분기에만 3.7% 절상돼 2008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절상률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으로의 자본 유입 확대,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세 등이 위안화 강세를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 6.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중국은 반대로 2%의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주요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그만큼 중국의 경기 회복력이 빠르다는 의미다. 미국은 경기 부양을 위한 코로나19 부양책이 정치권의 공방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더 느린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앞으로 2년간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모색할 준비를 하는 점도 위안화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달 말 인민은행이 발표한 3분기 통화정책위원회 성명에서 전분기까지 있던 '거시정책 조절 능력을 강화한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인민은행은 온건한 통화정책을 더욱 유연하게 펼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급격한 정상화는 이뤄지지 않겠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서서히 사라짐에 따라 강력한 유동성 공급 조치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에 외국인들의 중국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외국인들의 중국 국채 투자는 지난 8월까지 올해 들어 22% 증가했다. 이는 중국 국채 시장이 주요 글로벌 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된 것이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 FTSE 러셀은 실제 지난 9월 말에 중국 국채를 세계국채지수(WGBI)에 내년 10월부터 편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의 자금 유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WGBI 편입 덕분에 내년 9월부터 중국 국채시장에 최대 900억달러의 자금 유입이 촉발될 것으로 전망했고, HSBC는 최대 1천500억달러가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 분석에 따르면 작년 블룸버그가 중국 국채를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한 이후 중국 국채 시장에 1천300억달러가 유입됐고, 지난 3개월 사이에만 이들 자금의 45%가 유입됐다.

이는 최근 3개월 들어 중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진국 금리가 제로나 마이너스대인 반면 중국 국채 금리가 2.5~3.5%대에서 움직이면서 중국 국채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외환시장에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는 등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면서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역내외 시장 흐름에 맡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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