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추이,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입사 후 1998년에 코스피 280포인트를 봤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10배인 3,000포인트를 넘었다"

주식시장에 20년 이상 몸담은 한 증권사 임원은 코스피 고공행진에 놀라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1980년대 코스피가 120포인트대였던 시절로 기간을 넓히면 주가지수 상승폭은 20배가 넘는 셈이다.

코스피가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역대 최고 레벨인 3,000포인트를 뚫으면서 주식시장이 달아올랐다.

코스피 3,000포인트는 유동성 장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의 펀더멘털 기대가 합쳐진 결과로 인식되고 있다.

주식투자를 위해 몰린 투자자예탁금은 65조원으로 치솟았다. 그만큼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증시의 고질병이던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불투명한 기업 회계, 경직된 노동시장 등으로 그동안 다른 나라 주식과 비교해 할인율이 높았던 국내증시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급등세를 보이면서 저평가를 벗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4.5~15배로 올랐지만 아직 추가 상승 기대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트레이딩 담당임원은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주식이 다른 나라보다 쌌고, 국내 투자자 자산 중 주식비중도 낮았다"며 "최근의 지수 상승은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이자 자산 배분에서 주식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초부터 3,000포인트를 웃돈 코스피가 과열 국면이라는 인식도 크다.

조정 없이 올라온 만큼 레벨에 대한 부담도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백신 보급으로 점차 누그러지고,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갈 경우를 고려하면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5일 증시 고점 판단을 위한 과열 체크리스트를 점검한 결과 "과거 상승장 종료 이전 시점과 비교해봤을 때 국내 증시가 고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종식으로 인한 경제 및 이윤 폭 정상화, 관망 중인 대기자금은 주식시장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잠재적 화력"이라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3,100~3,3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월 수정전망에서 "글로벌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폭은 축소됐지만 현 수준에서 10% 내외 이익 전망을 추가 상향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경우 코스피는 3,300포인트까지 업사이드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유동성 장세의 지속 가능성은 코스피지수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코스피 레벨이 높아졌지만 주가지수가 올랐다고 해서 주식을 팔고, 옮겨갈 만한 새로운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부장은 "코스피가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주가지수 수준이 싸지 않은 것은 맞지만 주식을 팔고 갈 만한 자산이 뚜렷하지 않다"며 "투자자 예탁금이 줄지 않고, 개인들이 투자를 주도하는 점은 이전에 2,000포인트 안팎에서 외국인이 주도하던 장세와 다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3,000포인트를 기록한 이후에도 상반기중 주가지수가 조금씩 우상향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며 "주가지수가 빠져도 전기차, 2차전지 등 다양한 업종으로 순환매가 이뤄질 수 있으며, 아직 주식을 사고싶은 사람들이 많아보인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05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