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채권시장을 필두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열렸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미묘한 변화를 확인해준 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제는 시간의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지표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뤄진 막대한 유동성 공급 정책과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인해 물가와 자산가격 급등, 금융 불안요인 심화 등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이번주 발표된 경제지표와 주요 기관의 전망만 봐도 그렇다. 전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치솟았다. 이러한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2년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을 보면 지난달 통관기준 수출은 507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무려 4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32년 만에 최대폭이다.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달 3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포인트 높인 3.8%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2.8%를 지난 3월에 3.3%로 높인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상향 조정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은 현재의 경기 개선세가 이어진다면 그에 상승하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초저금리로 인한 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반기 중에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과도하게 낮았던 지난해 경제지표의 기저효과를 참작하더라도 연간으로 4% 전후의 경제성장률과 2% 내외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0%대에 그치고 있는 기준금리가 낮아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난 3월 러시아와 브라질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4월에는 캐나다가 양적완화(QE)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선진국과 개도국 중앙은행 모두 금리 인상이나 자산매입 축소 등을 통해서 그동안 보여줬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는 자산가격 급등, 특히 부동산 문제라는 특수상황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역 웬만한 아파트 가격이 거의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한은은 과거 정부에서와 달리 글로벌 경기 부진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부동산 가격폭등을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부동산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막대한 유동성을 근거로 부동산 불패론이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부동산 안정 방안의 일환으로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도 향후 한꺼번에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지금부터 단계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누구도 긴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그만큼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고 뜨거워진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금리 인상만큼 효과적인 카드 또한 없다. 바야흐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월급만 빼도 모든 게 오른다는 불만이 커진 가운데 중앙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인 월급, 즉 돈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줄지 주목된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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