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외환 당국이 위안화발(發) 서울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중국 금융시장의 여건이 많이 달라졌고, 과거와는 달리 역외 위안화의 유동성도 좋아진 만큼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로 기능할 이유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위안화 출렁임에 따른 원화의 동반 변동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韓中 금융시장 분위기 딴판인데…동조화?

우선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의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는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는 양국 간의 밀접한 경제, 무역 관계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자본 거래 흐름과 외환 수급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금융시장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지난 3월 중국 주식 시장에는 외국인의 증권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에 따른 외환 수요가 위안화의 강세를 이끌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중국 증시와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최근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로 중국 및 중화권 증시가 급락하고 위안화 가치가 출렁이자 원화는 또 위안화에 연동됐다.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중국 고유의 정치 리스크로 해석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로 전이되지 않았지만, 원화 시장에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는 위안화보다도 원화가 더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지난 2거래일간 원화는 달러화 대비 0.7% 이상 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 역외 위안화의 절상 폭은 0.42% 수준에 그쳤다.

위안화를 따라간 원화 약세 폭이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컸던 셈이다.

◇'프록시 통화'도 옛말…위안 유동성이 오히려 풍부

원화가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활용되는 것도 현재 금융시장의 상황에는 다소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인민은행의 위안화 관리로 위안화의 유동성이 극히 제한받았을 때는 비교적 거래가 자유롭고 자본 유출입이 용이한 원화 거래로 위안화 거래를 대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역외 위안화(CNH) 시장이 활성화된 현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 외환 상품 시장 내 중국 위안화의 비중은 원화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3년마다 발표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월 기준 한국 외환 상품 시장의 거래 규모는 세계 15위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은 같은 조사에서 8위를 기록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예전에 위안화의 유동성이 적었을 때는 상대적으로 거래가 자유롭고 유동성이 많은 원화 거래가 프록시로 이뤄졌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역외 위안화의 유동성도 좋고, 거래량도 원화보다 많은 현 상황에서 원화의 위안화 프록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동조에 변동성 증폭…당국·시장 고민 필요

외환 당국은 원화의 위안화 과도 동조 문제와 이에 따른 원화 시장의 변동성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가 여타 아시아 통화에 비해 위안화에 과도하게 동조하고, 때론 위안화보다 원화가 더 큰 변동성을 보이는 현 상황은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봤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 통화가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통화를 일방적으로 따라가거나, 다른 통화보다 특정 통화를 훨씬 더 많이 따라간다면 이는 통화가치 변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화가 현물환 시장 장중, 역외를 막론하고 위안화를 거의 따라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나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과 시장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외환 당국은 최근 일부 시장 참가자들과 컨퍼런스 콜을 통해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 문제를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와 위안화 동조화가 서울환시에 오랫동안 고착화한 문제인 만큼 충분한 논의와 의견 교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이 다른 참고 지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주가지수나 달러-위안 등락에 집중해 장중 프랍 트레이딩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딜링의 방법 차원인 만큼 문제 삼기도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그러면서도 "딜러들이 더 다양한 거시 환경과 이슈를 두루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며 "길게 보면 서울 환시의 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인 편인데, 딜러들이 참고하고 준거로 삼을만한 다양한 정보의 제공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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